필름소셜리즘 썸네일형 리스트형 [Essay] 길티플레저- 영화를 보는 어떤 사소한 강박 극장이 암전되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나는 온전한 긴장감으로 충만해지는데, 이 긴장감은 영화 속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겠다는 나의 우스운 강박에서 비롯되었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어떤 순간에 와 닿는 대사들을 내내 상기하거나 어딘가에 적어두지 않으면 곧 잊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 순간의 강렬함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이어지는 화면을 아깝게 허비해 버리기도 한다. 대사의 개별성에 집착하게 된 이러한 습관 탓에 언제부턴가 나는 아주 미시적인 감상자가 되어버렸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전체를 가늠하는 일에는 완전히 실패한 채 그 순간순간의 대사로 영화를 기억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대사를 만나면 고유한 시간이나 기다림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한두 줄에 농축된 타인의 삶..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