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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

[Feature] 죽었다, 그러나 원념 때문에 일어나 칼을 잡는다 마을 어귀. 한 사내가 마을을 떠나기 전 이별주를 마시고 있다.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그가 타고 떠날 백마가 한가로이 꼬리로 파리를 쫓는다. 하얀 옷을 입은 사내는 그를 전송하는 노인과 마지막 술잔을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에 올라탄다. 사내는 암살자. 누군가를 죽이러 길을 떠나는 것이다. 물론 살아서 돌아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드디어 사내가 암살을 할 표적이 있는 도시에 도착한다. 자 이제부터 피가 튀는 혈투가 있으리라 기대를 했는데, 사내는 싸울 생각은 안하고 또다시 악사를 들여 음악을 연주하고,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술타령이다. 함께 영화를 보던 친구는 나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는 원망의 눈길을 보내면서 “싸우면 깨워라” 하고는 잠을 자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던 아저씨가 “뭔 놈에 무협 영화가 주구장.. 더보기
[Feature] 장철의 남자들 - 왕우에서 유덕화까지 장철의 남자들을 얘기하자면 왕우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하얀 옷을 입은 채 피 칠갑을 하고서는 두려움과 자신감이 애매모호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칼춤을 벌이던 그의 비장미는 홍콩 무협영화의 전부였다. 완벽하게 짜인 합이라기보다는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몸짓으로 정말 ‘춤’을 추는 것 같던 그의 율동은 언제나 예상이 불가능했다. 이후 나온 이소룡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으로 믿음을 줬다면, 왕우는 그 살육의 현장에서 늘 질 것만 같아서 마음을 잔뜩 졸이게 만들었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늘 기진맥진해 보였다. 그런 그를 두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있는 힘을 다하여 섹스를 해서 사정을 한 다음, 다시 그룹 섹스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