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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시네마테크는 시네마테크다” [인터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자원활동가 한바름·김샛별 양 작년 말부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 가면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아름다운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10명의 자원활동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타 영화제와 달리 6개월 이상 장기간활동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영화와 시네마테크에 대한 애정 하나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해주고 있는 자원활동가들. 이들 중 행사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한바름(23세) 양과 촬영지원을 하고 있는 김샛별(20세) 양을 만났다. 긴 머리에 뿔테안경을 쓴 바름 양은 귀여운 운동화를 신고 여기 저기 뛰어 다니며 관객과 마주하고, 노란 머리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검은 피어싱이 유난히 눈에 익은 샛별 양은 부대행사가 있을 때마다 무대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들의 목소리.. 더보기
지옥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시네토크] 김지운 감독의 선택작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설 연휴가 끝난 지난 5일 저녁, 1회부터 빠지지 않고 매년 친구들로 참석한 김지운 감독의 올해의 추천작인 상영 후 김지운 감독과의 솔직담백한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코폴라가 선사하는 암흑의 세계에 갔다 온 관객들은 혼이 빠진 상태로 허기를 참으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영화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것에 관한, 영화를 보는 것에 관한 치열한 토크열전이 펼쳐졌던 그 현장의 일부를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영화였는데. 김지운(영화감독): 끝내고 광기, 복수, 지옥, 어두운 내면을 다룬 영화를 멀리 하려고 했는데... (웃음) 오늘 그것도 리덕스 판, 코폴라가 생각한 지옥의 완전판을 여러분께.. 더보기
왕가위의 <열혈남아> - 암울한 홍콩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1988)는 왕가위 감독의 첫 번째 영화다. 홍콩 느와르가 인기 절정을 누리던 80년대는 한편의 히트작에 관한 속편과 아류작들이 대량으로 제작되어 영화감독과 스태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왕가위도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나섰다. 당시 왕가위는 흑사회를 소재로 한 ‘홍콩 느와르’ 장르를 정착시킨 등광영 밑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었는데, 친구인 유진위가 왕가위를 추천하게 되면서 등광영의 지원, 제작으로 연출하게 되었다 한다. 는 줄거리 상으로는 80년대 홍콩영화의 주류장르였던 홍콩 느와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왕가위는 느와르 혹은 갱스터 장르의 정석적인 틀만을 유지하고 있다. 구룡의 어두운 뒷골목을 방황.. 더보기
가족의 의미, 삶의 원형을 탐구한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 오즈 야스지로는 가장 일본적인 감독이자 소시민극이라 불리는 독특한 미학적 스타일로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친 감독이다. 또한 그는 현대사회 속 가족의 의미와 해체에 대해 가장 깊이 천착하고 생각했던 감독으로 거의 모든 영화에서 일관되게 가족을 다룬다. (1953)는 그러한 오즈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잘 알려진 명실상부한 오즈의 대표작으로 내러티브나 스타일 모든 측면에서 그의 전략이 고스란히 농축된 작품이다. 스토리라인은 이보다 더 단순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조롭다. 영화는 시골에 사는 노부부가 오랜만에 자식들과 손자를 보기 위해 동경에 온 여정을 그린다. 하지만 사는 게 바쁜 자식들은 그들의 방문을 귀찮아하며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오히려 전쟁 중에 남편.. 더보기
이상주의와 숭고한 무법자의 원형적 충돌을 그린 존 포드의 <분노의 포도> 빈곤과 엑소더스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새롭게 시네마테크에서 구매한 존 포드의 영화 6편과 작년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으로 이미 구매했던 를 포함 9편의 존 포드 영화가 상영된다. 이 중 는 와 비교해 볼만한 작품으로 빈곤으로 고향을 떠나는 해체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적이면서 시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그렉 톨랜드의 촬영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존 스타인벡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편집자) 서부극의 거장인 존 포드가 퓰리처상을 받은 존 스타인벡(1902 ~ 1968)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은 사회적 문제보다는 빈곤 때문에 유랑을 떠나야 했던 조드 가족의 운명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작품의 무대는 1930년대, 미국의 오클라호마의 ‘사풍 지대’라 불리.. 더보기
멜로드라마 장르의 전복, 더글라스 서크의 <바람에 사라지다> 더글라스 서크를 그저 ‘감상적인 멜로드라마 감독’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6,70년대 비평가들에 의해, 그리고 그의 영화를 재전유한 파스빈더에 의해 재발견된 작가로서, 그의 영화는 할리우드 시스템의 엄격함을 넘어서는 개인적 스타일, 장르를 우회하여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양식 등으로 높이 평가된다. 특히 (1956)는 서크 특유의 미장센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그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틀을 적극 빌려오지만, 시각적 과잉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멜로드라마 장르가 갖는 순응적 구조를 전복한다. 멜로드라마는 갈등과 문제를 내부로 가져 오면서,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소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에서 석유재벌인 해들리가를 중심으로 한 네 남녀의 전치된.. 더보기
흐린 기억 속의 시네마테크 한 달 반 여정의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시작된 지 딱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왠지 불안해진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흐른 듯’하면서도 ‘일주일 밖에 안 되었나’라는 양가적 감정에 휩싸인다. 이 불안감의 시초는 3년 연속 웹데일리 편집 일을 도와주면서 이 시기만큼은 여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현 시네마테크가 겪고 있는 실상을 눈앞에서 보고 들으면서 갖는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뇌리를 스치고 있기 때문이리라. 불씨만 남아 있다면... ‘진짜 이번 영화제가 마지막이 되면 어떻하지’, ‘3월이 재계약 시점이라는데 공간이 진짜 사라질려나’, ‘영진위가 시네마테크를 새로 공모로 선정하겠다던데, 그럼 지금의 시네마테크는 .. 더보기
조셉로지의 <트로츠키 암살> - 우리는, 시대의 거인을 얼마나 허무하게 잃었던가 젊은 시절 에이젠슈테인에게 영화연출을 배웠고, 50년대 매카시 열풍 하에서 프리츠 랑의 을 리메이크해 매카시즘을 비난했으며, 그로 인해 조국을 떠나야했던 인물. 미국 국적을 갖고 유럽영화사에서 독보적인 위상과 입지를 확보한 몇 안 되는 감독이었으나, 자신을 버린 조국으로 돌아가 마음껏 영화를 찍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나카타 히데오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의 주인공으로 남겨진, 과 을 비롯해 바로 이 영화! 을 연출한 감독 조셉 로지이다. 조셉 로지의 1972년 작 은 20세기 공산주의 혁명사의 전설적 인물인 레온 트로츠키의 생애 마지막 시간을 그리고 있다. 1940년 멕시코의 노동절 시가행진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트로츠키가 등산용 피켈에 의해 쓰러진 그해 8월 20일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