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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홀랜드 드라이브

[Review] 데이비드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나의 영화는 린치처럼 어렵지 않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2005) DVD 코멘터리에서 이례적으로 데이비드 린치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데이비드 린치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얻은 무한대의 자유, 그러니까 (2007)로 나아가기 전 (1997)와 (2001)의 '몽환적 린치 월드'를 거치며 '디지털적' 방법론을 모색하다가 결국 디지털 이미지에 안착한 그의 현재에 대한 얘기였다. 는 (1986)과 (1992)의 공간에서 여전한 악몽의 미로를 펼쳐놓지만 보다 더 내밀한 심연으로, 그리고 크로넨버그가 언급한 현재의 린치와 가장 가깝게 다가 선 첫 번째 작품이다. 명성과 부를 누리고 사는 색소폰 연주자 프레드(빌 풀먼)는 의처증에 시달리다가 아내 살해혐의로 체포된다. 그리고 자동차 정비공 피트(발타자 게티)는.. 더보기
[Essay] 잘려나간 뫼비우스의 띠 -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개봉시의 삭제장면에 대한 생각들 는 종종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되곤 한다. 꿈을 꾸는 듯 진행되는 이 영화의 구조를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한 비유 같다. 그런데, 만약 뫼비우스의 띠를 가위로 자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비로웠던 미로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선분으로 바뀌어버리고 말 것이다. 의 본 러닝타임은 147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한 씬이 통째로 잘려나가 136분 버전으로 개봉하였다. 물론 삭제된 장면이 있다 할지라도, 가 성취해 낸 경이로움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을 입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처를 봉합할 수는 있어도 가위질로 인한 흉터는 남는다.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남은 작은 흔적. 그렇다면 이 흔적을 역으로 이용, 출발점으로 삼아서 뫼비우스의 띠를 천천히 짚어나가도 되지 않을까? 삭제된 장.. 더보기
[Essay] 왜 영화의 정전이 필요한가? - 100편의 시네마 오디세이 유토피아를 향한 첫번째 여행 왜 영화의 정전(canon)이 필요한가? 왜 최고의 영화들을 시네마테크는 선정하는가? 왜 걸작선의 분류가 필요하고, 작품들을 상영하려 하는가? 시네마테크의 취향을 보여주려 함은 아니다. 영화의 과장된 지식과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함도 물론 아니다. 평론가인 조나단 로젠봄이 ‘영화 정전의 필요성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가 영화의 정전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는다면 대학의 칠판이나 학생들이 읽는 영화 교과서, 혹은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에 기재된 목록들로, 혹은 박스오피스 성적의 결과로 영화들이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네마테크가 정전의 목록을 만드는 것은 앤드루 새리스가 1960년대에 영화의 판테온을 세우려 했던 것과는 다른 의도에서 시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