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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

[Review] 세상에 대한 절망적인 시선 -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 이 극도의 미니멀리즘 형식을 표현했다면, 이후 발표한 (1966)는 브레송의 영화중에서 비교적 복잡한 내러티브 구조를 가진다. 이 영화에서 당나귀는 일곱 차례에 걸쳐 잔혹한 주인에게서 또 다른 주인의 손으로 넘겨지며 온갖 고난과 악을 경험한다. 동시에 당나귀의 유일한 친구로 묘사되는 소녀 마리 역시 많은 남성들의 손을 거치며 육체적 고난과 모욕을 겪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치』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당나귀와 마리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병치시키며 진행된다. 는 브레송의 필모그래피에서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동시에 그의 영화적 세계관이 변화하는 기점에 놓인 작품이다. 이전까지 브레송의 영화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기독교적 격언에 부합하는 은총이 존재하던 세계였다. 물론 이 시기의 세.. 더보기
[영화사강좌] 브레송 영화와 프랑스 문학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 기간 중에는 프랑스 영화의 고전기 작품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두 차례의 영화사강좌가 마련되었다. 그 첫 번째 강좌로 지난 10월 30일 상영 후에는 상명대 프랑스어문학과 정의진 교수가 강사로 나서 ‘브레송 영화와 프랑스 문학’에 대하여 들려주었다. 그 현장을 여기에 전한다. 정의진(상명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오늘은 문학과 영화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브레송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겠다. 브레송 영화를 보고 처음부터 감동 받았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를 절망시킨 감독이 둘 있었는데, 타르코프스키와 브레송이었다. 와 를 보고 많이 졸기도 했다. 지금은 둘 다 매우 좋아하고 존경한다. 영화사적으로 보자면 브레송은 조금 미묘한 위치에 있다. 1901.. 더보기
[리뷰] 로베르 브레송 '무셰트 Mouchette' 에 이어 베르나노스의 소설 를 영화로 옮기면서 브레송은 시네마에 대한 고유한 해찰에 이른다. 는 종래의 영화들에서 거의 강박화되어 있던 어떤 종류의 목적성도 찾아낼 수 없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중시되는 것은 사건이나 스토리 전개가 아니라 작중인물의 내면의식이다. 스토리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가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의식에 의해서 스토리와 관계없는 새로운 이야기가 창출되는 것이다. 불행한 고아도, 그렇다고 사랑스러운 요정도 아닌 소녀 무셰트는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시름시름 앓는 어머니와 주정뱅이 아버지의 학대로 존재를 부정하는 그녀는 결손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되는 대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의욕을 놓아버린 그녀에게 찾아온 충일한 순간(축제에서 한 남자와의 짧은 교감)마저 아버지.. 더보기
프랑스 고전기 영화들이 몰려온다! 서울아트시네마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 기획전 10월 12일부터 한달 간 개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 www.cinematheque.seoul.kr, 이하 한시협)가 10월 12일부터 11월 13일까지 약 한달 여간 주한프랑스문화원의 후원으로 고전기 프랑스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프랑스 영화의 황금기:1930-1960’ 기획전을 개최한다. 한시협은 매년 가을이 한창 익어가는 10월 경에 프랑스 영화들만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을 열어 왔는데, 올해는 그 동안 간헐적으로 소개되고 했던 프랑스 영화의 고전기 작품들, 특히 1930년대에서 1960년대 이전까지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특별전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한시협에서 집중 조명하게 된 1930년대에서 누벨바그 직.. 더보기
로베르 브레송의 '돈' 브레송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죄인이다. 그들은 자의건 타의건 간에 매우 운명적으로 혹은 우연적으로 죄인이 된다. 그러나 브레송의 마지막 작품인 에서 희생과 그에 따른 구원의 메타포는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는다. 브레송의 엄격한 얀세니즘은 신의 이름 아래 살아가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예정된 운명이 일으키는 끊임없는 모순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후기 영화로 갈수록 그는 촘촘한 사회의 계약 관계와 그 사이의 그물망으로 인해 물질화되어 버린 세계에서 인간과 신을 소통시키는 단 하나의 끈인 구원과 은총의 부재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다분히 묵시록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구원하는 신은 망설이고 있으며 인간은 혼자의 힘으로 갖가지 종류의 물신에 도전하고 저항해야만 한다. 인간이 성취할 수 .. 더보기
순수와 영혼의 구원 - 로베르 브레송의 <블로뉴 숲의 여인들> 의 흥행 실패는 제작자가 파산하고 브레송 자신도 칠 년 동안 메가폰을 잡지 못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후 누벨바그리언에 의해 재발견된 이 작품은 사실 브레송 특유의 금욕적인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감옥’이라는 모티브와 영혼과 구원에 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선악 대립 구도라는 장르적 요소를 차용했지만 기존 멜로드라마와 차별되는 여러 지점들로 당대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까지 호소력을 갖는다. 남편의 사랑을 시험해보는 헬렌(마리아 카사레스)은 기다렸다는 듯 서로를 자유롭게 놓아주자는 장(폴 베르나드)의 말에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다. 한을 품은 헬렌은 은둔하며 조용히 살아가려는 전직 창녀 아녜스(엘리나 라부르데)에게 접근해 장과 결혼시킬 음모를 꾸민다. 아녜스는 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