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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Review]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1930년대 LA, 사립탐정 제이크 기티스(잭 니콜슨)는 묘령의 여인으로부터 수력 자원부의 수석 엔지니어인 남편 홀리스 멀웨이의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제이크는 홀리스가 젊은 아가씨와 데이트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그가 찍은 사진은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당시 홀리스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LA의 물 전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얼마 후 홀리스의 진짜 아내인 에블린(페이 더너웨이)이 등장하면서, 제이크는 자신의 의뢰인이 가짜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홀리스가 익사체로 발견된다. 자기도 모르게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한 제이크는 홀리스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곧 에블린과 그녀의 아버지 노아(존 휴스턴)가 각기 다른 제안을 해온다. 실상 이 영화에서 '차이나타운'은 엔딩 신에만 단 한번 등장.. 더보기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세계 지난 6월 12일 오후 이탈리아의 신예 마테오 가로네의 상영 후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세계’란 주제로 한창호 영화평론가의 강연이 이어졌다. 가로네의 영화적 토대부터 이탈리아의 현재까지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얘기들이 오간 그 현장은 가로네 영화를 좀 더 깊게 조망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한창호(영화평론가):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적 토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하나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큰 전통인 네오리얼리즘이다. 네오리얼리즘은 카메라를 들고 무엇을 판단하는 입장이 아니다.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제시된 사실들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다. 네오리얼리즘.. 더보기
[리뷰] 로만 폴란스키 '궁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는 폴란스키가 할리우드로 가기 직전에 영국에서 연출한 영화다. 그 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폴란스키의 데뷔작 과 마찬가지로 한 여자와 두 남자를 둘러싼 고립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만 이 권태기에 접어든 부르주아 부부 사이에 등장한 섹시하고 위험한 젊은 남성이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을 다루고 있다면, 에서 세 사람의 관계는 좀 더 초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부상당한 두 명의 미국인 범죄자가 불가피하게 부르주아 부부가 살고 있는 대저택에 몸을 숨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의 시작은 흔한 스릴러 의 그것과 같지만 전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는 듯 보이는 전형적 범죄자형 인간인 리처드 디키(라이오넬 스탠.. 더보기
[리뷰] 로만 폴란스키 '혐오' 로만 폴란스키는 장편 데뷔작 완성 이후 폴란드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공산당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의회로부터 고발 조치를 당했다. 예술을 옥죄는 환경에 환멸을 느낀 로만 폴란스키는 고국을 탈출해 영국으로 향했고, 의 카트린 드뇌브를 캐스팅해 를 완성했다. 연약한 감정의 틈 속에 똬리 튼 검은 사연을 탐구하길 즐겼던 폴란스키는 를 통해 성적 폭력에 따른 강박증으로 무너진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에 주목했다. 뷰티 살롱에서 근무하는 미모의 여인 캐롤(카트린 드뇌브)은 성적으로 억압된 기억에 사로 잡혀 늘 불안에 시달린다. 직장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에게마저 혐오감을 드러내는 그녀는 언니 소유의 아파트에서 거의 칩거하다시피 생활한다. 마침 언니가 남자친구와 함.. 더보기
[리뷰] 로만 폴란스키 '물 속의 칼' 영화사 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데뷔작 중 한 편으로 꼽히는 로만 폴란스키의 장편 데뷔작 은 폴란스키가 유일하게 폴란드에서 연출한 영화이기도 하다. 해외 영화제에서 공개되자마자 약관의 폴란스키에게 쏟아진 찬사로 인해 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그 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화로 단박에 유명해진 폴란스키는 창작 활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조국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마침내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등 화제작을 연거푸 쏟아내며 단숨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와 는 각각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과 금곰상을 수상하며 폴란스키의 재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초기 폴란스키 영화의 걸작들이기도 하다. 폐소공포증과 관음증, 섹슈얼리티 탐구로 특징 지워진 폴란스키의 영화.. 더보기
로만 폴란스키, 학살의 시대의 유령적 증언 13세 소녀 강간 혐의로 전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로만 폴란스키가 가택 연금에서 풀려나 신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때마침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로만 폴란스키의 초기 걸작선’이 상영 중이다. 모두 세 편으로, 폴란스키를 대표하는 영화들이지만 40년 넘는 그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건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폴란스키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영화평론가 정지연이 로만 폴란스키의 비극적인 과거사와 영화 세계를 엮은 글을 보내왔다. ‘로만 폴란스키의 초기 걸작선’ 상영작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뒤에 실린 리뷰를 참조하시길. 로만 폴란스키의 (1971)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은 왕비의 죽음과 관련하여 등장한다. 한밤 중, 고성의 숨 막히는 적막을 가르는 .. 더보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로만 폴란스키의 (2010)에서 주인공은 정말 기이한 인물입니다. 그는 이름도 없고, 그저 ‘유령’이라 불릴 뿐입니다. 그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존재가 미미한 그가 세상에 드러나는 유일한 방법은 최종적으로 그가 죽었을 때입니다), 실로 그가 ‘유령’인 것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다른 이의 대필 작가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이미 죽어버린 선임자의 뒤를 계승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래서 유명인의 대필 작가이자 대필 작가의 대역, 즉 이중적인 의미의 ‘유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물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1959)에서 주인공처럼 일종의 텅 빈 존재와도 같습니다. 그는 첩보원으로 오인 받으면서 부재하는 이의 일종의 유령 대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