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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리뷰] 한없이 건조한 레지스탕스 필름누아르-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 리뷰 한없이 건조한 레지스탕스 필름누아르 -장 피에르 멜빌의 장 피에르 멜빌은 프랑스 영화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볼 때 비평가들이 정의하기 어려운 감독 중 하나이다. 그럴만한 사정은 있다. 미국영화를 추앙했던 누벨바그리언들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영화들에 미국의 양식을 이식하는 것을 회피했던 것에 비해 멜빌은 미국식 장르를 프랑스 영화계에 전용한 ‘파리의 아메리카인’이었다. 멜빌의 노작들은 장르(필름 누아르나 하드보일드 범죄영화)에 대한 페티시즘이 미학의 경지로 승화된 사례를 제공한다. 차갑고 건조한 그의 범죄영화는 냉소주의와 비관주의, 어둠과 연결되는 장르의 특성을 양식화된 표현을 통해 제공( )했다.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조셉 케셀의 1943년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2차 대전 말기.. 더보기
[리뷰] 망각의 새로운 가능성-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리뷰 망각의 새로운 가능성 -미셸 공드리의 어느 날 아침 한 남자가 출근 대신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기차를 타고 바다를 찾은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난다. 남자는 지나치게 수줍어하고, 여자는 어딘가 들떠 있다. 그리고 그날 밤 얼어붙은 강 위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밤하늘을 바라본다. 관객은 영화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 두 사람이 과거에 이미 헤어졌던 연인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자신들이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조우한 것이다. 다시금 사랑의 출발에 선 그 순간에 기억과 상처는 불쑥 되돌아오고, 인물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변덕스러운 감정은 언제든 그들을 다시 고통 속에 몰아넣겠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이 우연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사랑은 다시 .. 더보기
시공간의 혼란, 사악한 시선에 의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영화읽기] 니콜라스 뢰그의 의 초반부에 이런 문제가 나온다. 지구가 둥글면 왜 얼은 호수는 평평한 것인가(If the world is round, why is a frozen lake flat)? 영화 초반부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호수는 미국의 온타리오 호수인데, 어떤 책에 따르면 이 호수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3도쯤 구부러져 있다고 한다. 얼은 호수가 평평해 보이더라도 그게 진짜 평평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은 없다(Nothing is what it seems). 이 문제는 대부분 물과 가까운 곳에서 전개되는 의 공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문제의 답이 곧 이 영화의 주제라는 것이다. 보이는 그대로인 것이 없다면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진실.. 더보기
"시네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는 행동이다" [특별기고] 시네필의 선택: 정성일 평론가의 추천의 변 첫 번째 (상황).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내건 슬로건은 ‘영년(zero year)’이었다. 그건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제로라는 무효의 선언.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로셀리니가 영화 제목에 쓴 말. 그런 다음 고다르가 받아서 21세기에 반복했던 제목. 하지만 내게 그 의미는 다른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진공상태. 단지 길을 잃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텅 빈 상태였었고,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영화를 보았다. 너무 많이 보아서 어제 본 영화와 오늘 본 영화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종종 중간부터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보다가 지쳐서 자기도 하였다. 나는 2008년 친구영화제에 슬픈 마음을 안고 마츠모토 토시오의 를.. 더보기
시네필의 향연, 2010 친구들 영화제 ‘완전정복’ 즐감 백배의 시간표 이렇게 짜보세요! 한 해 영화제의 시작점이 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대망의 막을 열었다. 아마 시네필이라면 상영작들이 발표되자마자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터이다. 말로만 들었던 푀이야드의 뱀파이어 시리즈를 비롯해서, 존 포드, 니콜라스 뢰그, 조셉 로지, 장 으스타슈, 오즈 야스지로, 장 엡스텡, 존 부어맨, 버스터 키튼, 더글라스 서크, 프리츠 랑, 칼 드레이어 등등. 그야말로 성찬이다. 그렇다보니 시간표 앞에서 형광펜을 꺼내든 자세가 사뭇 비장해진다. 더구나 다섯 번째인 친구들 영화제에는 모든 상영작을 보기로 다짐한 탓에 스케줄 짜는 일이 더 고민된다. 필자의 경우, 이제껏 친구들 영화제에 빠짐없이 참여하긴 했지만, 관람 목록은 듬성듬성 빈틈이 많았다. 미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