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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

[Feature] 이탈리아 진보적 영화의 어떤 경향 베니스 영화제의 공식 섹션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 클래식’은 복원된 필름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베니스는 고전들을 새로 복원하여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곤 했는데 올해도 마이클 치미노의 (1980), 오손 웰스의 (1982), 빌리 와일더의 (1950) 등의 클래식들을 복원해 공개했다. 특히 그동안 말도 많았던 이 219분짜리 감독판으로 소개되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은 1980년 개봉 당시 흥행참패로 제작사인 UA(United Artists)를 파산케 했던, 말 그대로 ‘저주 받은 작품’이었는데 1981년 칸영화제에 초대되며 조금씩 명예를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제력을 잃어버린 감독에게 제작 전권을 넘겼을 때 어떤 불행이 일어나는지를 말할 때면 어김없이 이 거론될 정도로 최근까지 악명을.. 더보기
마이클 치미노의 '천국의 문' 어떤 영화는 작품으로서의 완결이나 가치를 논하기도 전에 그들이 야기한 스캔들로 인해 영화사에 오명을 남기기도 한다. 은 이런 범주에 해당하는 불운의 전범으로 곧잘 거론된다. 720만 달러 정도의 규모로 제작되기로 한 영화가 4400만 달러를 쏟아 부어 가까스로 완성된 뒤, 고작 2백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스코어를 기록함으로써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에 치명적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 이 영화에 쏟아진 저주에 가까운 혹평의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장장 세 시간 삼십 분에 달하는, 미국의 탄생과 역사에 대한 이 기념비적인 메타포는 미국영화사의 문제적 감독 중 하나인 마이클 치미노의 웅혼이 하나하나의 쇼트 마다 서려 있는 역작이다. 장대한 규모와 서사시적 작풍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76)이나 프란시스 .. 더보기
[영화사 강좌]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현대성 ❶ 마이클 치미노, 할리우드의 저주받은 감독 지난 5일 저녁, ‘2011 시네바캉스 서울’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아메리카 뉴시네마의 현대성’에 대한 영화사 강좌의 첫 번째 시간으로 아메리카 뉴시네마에 종지부를 찍은 전설적 작품, 마이클 치미노의 상영 후 김영진 평론가의 강좌가 있었다. 너무 빨리 성공과 실패를 맛 본 ‘저주 받은 감독’ 치미노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할리우드가 혁신의 에너지로 넘치던 예외적인 시대에 대해 돌아보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 일부를 지면으로 옮겨본다. 김영진(명지대학교 교수, 영화평론가): 재밌게 보셨는지? 영화가 좀 우울하다. 하여튼 몇 번을 봐도 지독한 엔딩이다. 모델이 되는 실존 인물이 있는데 실제로는 죽지 않았다고 한다. 왜 꼭 죽여야 했을까? (웃음) 이 영화는 미국 .. 더보기
마이클 치미노, 시대를 잘못 타고난 이상주의자 마이클 치미노는 바로크적 스타일과 거침없는 직관에서 나온 솔직한 화술로 할리우드영화의 지평을 넓힌 감독이었다. 그의 대담한 표현은 현대의 할리우드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너무 일찍 주류에서 추방당했다. 그의 성공과 좌절은 현대 할리우드의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1980년에 개봉한 마이클 치미노의 대작 서부극 은 촬영 도중에 엄청난 제작비 때문에 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올랐다. 애초에 1천1백만 달러의 예산이 책정된 이 영화는 촬영 기간 동안 위대한 스펙터클을 만들려는 치미노의 과욕 때문에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종 제작비는 3천5백만 달러였고 당시 제작비 최고 기록이었다. 게다가 치미노가 마침내 내놓은 완성판의 길이는 자그마치 5시간 25분이었다.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는 대경실색해서 수.. 더보기
마이클 치미노의 '이어 오브 드래곤' 마이클 치미노의 경우, 영화의 본질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외적인 이유로 인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매겨진 것이 만이 아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뉴욕의 다혈질 형사와 악명 높은 차이나타운 갱단의 전쟁을 다룬 은 치미노의 불운을 입증하는 또 다른 예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로버트 달리의 원작소설에 기초해 제작된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영화계를 달군 이슈는 성차별적 폭력에 대한 태연한 재현과 동양인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태도였다. 베트남전에서의 상한 기억으로 동양 사람들에 대한 적의를 품게 된 주인공 스탠리 화이트(미키 루크)는 그 자체로 왜곡된 시각을 내면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종적 편견과 영화의 태도는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미노의 진의(眞意)는 이해받지 .. 더보기
마이클 치미노의 '디어 헌터' 할리우드에서 전쟁영화를 하나의 굳건한 장르로 규정하자면, 1970년대까지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세’였다. 그러다 1970년대 말에 이르러 (1978), (1978)같은 베트남전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기존 2차 세계대전 영화들의 사소한 변형에 지나지 않았다. 를 쓴 배리 랭포드는 가 “전쟁영화의 역사적 무게중심이 결정적으로 베트남으로 옮겨가게 된 계기”로 본다. 또한 미국영화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EMI가 당시 성공적인 출발을 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배리 랭포드는 를 (1979)과 함께 베트남전과 무관하게 ‘할리우드 르네상스 스타일의 실험’이 더해진 전쟁영화로 본다. 그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1986), (1987), (1989)에 이르기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