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브라이언 드 팔마의 83년작 <스카페이스> 상영 후 배우 박중훈과 함께하는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배우 박중훈은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본인을 알파치노로 소개하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그는 <스카페이스>에서 알파치노의 쿠바 억양이 섞인 영어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씨네21>의 주성철 기자와 함께, <스카페이스> 개봉 당시의 추억들로 시작하여 배우 박중훈의 연기관과 한국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까지 들을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바로 영화 얘기를 시작해보자. 이 영화를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이 나는가.
박중훈(배우): 내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 2, 3학년 때인 것 같다. 그때 봤던 극장이 종로3가에 있던 서울극장이었다. 나이 드신 관객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 당시 극장개봉시스템때문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개봉단관 한 관에서 개봉했다. 한 관에 좌석이 1000석 정도였고, 하루에 다섯 번 상영하니까 5000천 명만 볼 수 있었다. 영화 표 사느라 장사진을 이룬다는 게 가능했던 때다. 좌석이 1000석이니까 굉장히 큰 화면으로 보면서 거의 실신을 했다. 연극부 생활을 할 때인데, 배우를 꿈꾸면서 살 때 알파치노를 큰 화면에서 마주하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주성철: 다시 보니까 음악이라든가 여러 가지로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이 생각난다. 실제로 <스카페이스>를 많이 참고하셨다고 들었다.
박중훈: <게임의 법칙> 시나리오를 강제규 감독님이 쓰셨고, <스카페이스>의 시나리오는 올리버 스톤이 썼다. 시나리오를 받아보고서는 장현수 감독에게 제안을 했다. 카피를 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브라이언 드 팔마와 알파치노를 좋아하니 혹시 감독님도 동의가 되신다면 알파치노와 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오마주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해서 시작한 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주성철: 50번 넘게 보셨다고 했는데, 그러면 매번 보실 때마다 좋아하는 장면이 바뀔 것 같다.
박중훈: 많이 봤다는 걸 강조할 때 100번도 더 봤다고 하는데, 나는 진짜로 50번을 넘게 봤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번이고 실제론 한 70번 정도 본 것 같다. 대사도 거의 다 외웠다. 그런데 쿠바 억양이 강해서 영어 공부엔 도움이 안 됐다. (웃음) 어떤 장면이 좋으냐면, 토니가 성공해서 어머니한테 거드름피우고, 여동생은 오빠를 좋아해요, 하면서 오누이의 정을 나누고, 그런데 배경 뒤로는 노을이 지고, 주제음악의 멜로디가 피아노로 나오는 그 장면이 굉장히 가슴을 적셨다. 처음 봤을 땐 마약하고서 소리 지르고 쓰러지는 장면이 충격적으로 기억에 남았지만 자꾸 보면서는 정서적인 씬들이 기억에 남는다.

주성철: 알파치노 얘기를 하고 싶다. 다시 봐도 대단한 것 같다. 이보다 앞서서 <대부>에서 마이클로 나올 때는 절제되어 있고,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였다면 여기서는 무모하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리고 드 팔마하고 <칼리토>를 할 때는 선량하고 바른 삶을 사는 푸에르토리코사람으로 나오기도 했다. 알파치노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는 것 같다.
박중훈: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선 ‘일정 거리 유지 질량의 법칙’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튀어나오는 배우한테는 관객들이 도망가면서 매력을 느끼고, 숨는 배우에게는 쫓아가려는 매력이 있다. 이 두 매력을 갖춘 배우가 알파치노라고 본다. <스카페이스>에서는 비교적 튀어나오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알파치노가 나오는 다른 영화를 보면 숨어버리는 연기도 한다. 그런 두 가지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로서 존경하고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얘기하자면, 여백과 공백은 큰 차이가 있다. 여백은 참아낸 것이지만 공백은 부족한 거다. 그림에서 여백과 공백이 있다면, 연기에서는 ‘포즈’와 ‘마’가 있다. 호흡을 못 쫓아가면 마가 뜨는 거다. 하지만 알파치노는 포즈가 근사한 배우다. 알파치노 연기 특유의 포즈가 있는데,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 포즈가 정말 매력 있다.(일어나서 연기를 보여줌) 알파치노를 보면, 키 작은 사람이 혼자 이렇게 걷는다. 레스토랑에서 자기 아내랑 파국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장면에도 이런 게 굉장히 많다. 죽을 때도 마치 연극무대에서 배우가 돌아다니듯 서성거린다. 그런데 사실 그게 굉장히 위험하고 굉장히 보기 거슬리는 행동이다. 잘못해서는 겉멋 든 배우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알파치노는 배우 개인의 매력으로 ‘마’를 ‘포즈’로 바꿔버린다.


주성철: 알파치노를 떠나서 브라이언 드 팔마라는 이름 자체가 그 당시 굉장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박중훈: 개인적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실패작까지도 마음에 든다. 백미는 <스카페이스>와 <칼리토>, 최근 <미션임파서블1>까지 포함해서. 드 팔마의 영화는 군더더기 없고, 저속한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쌈박하고 힘있다.

주성철: “지금 관객들은 괴롭힘을 당하길 원하는데, 드 팔마는 여전히 관객을 유혹하려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말 그대로 장인 같은 감독이다. 빨리 신작을 보고 싶다. 또 <스카페이스>를 다시 보면서 생각이 난 건데, 코카인을 흡입하면서 콧잔등에 흰 가루 묻히고 있는 장면이 다른 영화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런 식으로 보면, 영화를 좋아하고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모방하고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 같다.
박중훈: 사람이 누구를 좋아하고 마음속에 그리고 흠모하면 닮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엔 브라이언 드 팔마와 알파치노가 특정 행동에 영향을 줬다기보다 영화인생을 사는데 있어 큰 영향을 준 사람임에 틀림없다.

관객1: <스카페이스>의 알파치노 연기는 일종의 과잉처럼 보일수도 있는데, 캐릭터와 동화가 잘 되어 영역을 넘어선 연기가 됐다.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메소드 연기처럼 자기를 버려가면서 연기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행동 계획에 따라 철저히 계산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박중훈: 말씀하신 전제를 보자면, 나는 알파치노의 연기가 과잉된 연기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과잉된 인물이다. 과잉된 인물을 충실하게 연기한 것이지, 연기가 과잉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여기 영화공부 하시는 분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영화 연기나 연출엔 법이 없다. 대학교에 영화과가 있는 것이 모순적일 정도로 영화는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기법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배우는 좋은 신체를 가지고 건강한 상태로 인물을 이해해야 한다. 연기의 사전적 정의는 ‘주어진 가상을 현실로 믿고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스카페이스>에서 알파치노가 어떤 연기법을 썼는지 분석한 적도 않았고 분석할 수도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 이론이나 연기법 같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2:
배우로서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혹은 배우관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중훈: 자기가 이렇다, 라고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를 관객들이 믿는 순간, 공감하는 순간을 좋은 연기라고 한다. 배우가 그 상황을 믿지 못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클로즈업으로 확대하면 실제 크기의 3000~6000배가 확대된다. 관객들은 그걸 어두운 곳에서 선명하게 본다. 배우의 연기가 겉도는지, 거짓말인지 금방 알아내는 거다. 연기에 있어서는 배우가 그 상황을 믿어야 한다. 가끔씩 생각했던 것보다 떨어지는 감독들이 있다. 그때부터 참 미치는 거다. 내가 못 믿는데 어떻게 연기가 되나. 그때가 제일 곤혹스럽다. 그럼 애매한 상태에서 연기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주 고통스럽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은 영화일수록 안 됐다. 그런데 현장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믿기는 상황이다, 이러면 감독 말 들을 필요도 없다. 내가 느꼈으니까. 진짜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냐, 없느냐다. 물론 그걸 표현하는 방법은 배우가 찾아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근본은 배우가 감정을 느껴야하는 것이다.

관객3: 원작도 봤는데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카페이스>가 더 좋았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면서 갱스터 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이 있다. 폭력적인 면이 나오는 와중에도 기본적인 도덕관념이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는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박중훈: <스카페이스>는 한 인간의 욕망의 끝을 굉장히 강한 서사로 그린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주제 의식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에는 폭력적인 영화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의미전달이 잘 되어 폭력적인 묘사가 용인이 된다. 한마디로 선정적으로 이용하느냐의 차이다. 다른 예를 들면, 성인 남녀가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인데 그것이 확대되어 강조되는 경우는 에로 산업영화라고 하지 않나. 폭력도 개연성이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스카페이스>에서는 토니 몬타나가 형벌을 받는다. 가족을 잃고 스스로 파멸의 길로 접어 들어간다. 권선징악을 당한 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4:
영화를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 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국내 영화 산업이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중훈: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영화를 사랑하지 말라는 것. 애국심으로 봐주면 얼마나 지겹고 귀찮은 일인가. 그걸 봐줘야 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재미없는 영화는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는 것. 조금만 잘못되면 바로 지적해야 한다. 영화인들을 그렇게 몰고 가야 한다. 한국 영화는 절대 애정을 갖고 보면 안 된다. 그냥 영화로 보면 된다. 물론 내가 나온 영화도 포함해서 자유롭게 채찍과 당근을 주길 바란다. 다만 배급에서 독과점이라든가, 제도에 대한 논의라든가 하는 것들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성철: 정말 오랜만에 순도 100퍼센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뜨거운 오후>의 알파치노가 생각난다. 요즘엔 그런 연기가 없어서 그립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린다.
박중훈: 스무 살에 배우로 데뷔해서 27년 동안 40여 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 긴 세월동안 가장 많이 내뱉은 단어가 ‘관객’이다. 영화는 관객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관객이 있어야 존재하는 게 영화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 중 <스카페이스>가 궁금해서 오신 분들, 옛날 향수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오신 분들, 저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오신 분들, 어느 분들이든지 전부 다 감사드린다.

정리|송은경 관객 에디터 사진|최용혁 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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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 한 가운데의 교회. 머리를 얌전하게 빗어 넘긴 목사 썬더볼트(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근엄하게 설교를 하고 있다. 그러다 마치 타란티노의 <킬빌2>(2004) 한 장면처럼 중년의 사나이가 교회로 들어와 목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엉겁결에 달아나던 목사는 라이트풋(제프 브리지스)의 차를 얻어 타게 된다. 썬더볼트는 목사가 아니라 전설의 은행 강도이며, 한국전에서 돌아와 그저 백수로 지내는 말썽장이 라이트풋은 이제 막 그 차를 훔쳐 달아나는 상태였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이상한 여행이 시작되고, 곧 또 다른 두 남자 레드 리어리와 에디 구디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들은 썬더볼트가 돈을 빼돌렸다고 굳게 믿는 남자들이다. 그렇게 사기꾼이 목사로 행세하는 교회는 낯선 사람에 의해 난장판이 되고 훔친 차는 떠돌이 남자들의 발이 된다. 그런 간략한 얼개만으로도 마이클 치미노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황량한 풍경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쓱쓱 써나간다. 영화가 사기꾼이 설치는 교회에서 시작해 돈이 숨겨진 학교에서 끝나는 것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 에디의 말을 빌자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썬더볼트와 라이트풋’은 ‘멍청한 마을의 이상한 녀석들’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캐릭터는 물론 직전까지 <더티 해리2: 매그넘 포스>(1973)를 성공시키며 ‘더티 해리’ 캐릭터까지 덧씌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역시 <배드 컴패니>(1972)에서 사기꾼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젊은’ 제프 브리지스는 기존 캐릭터 이미지와 맞물려 매력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총이 있음에도 굳이 맨손 대결을 자청하는 레드, 전혀 도움이 안 돼 늘 구박만 당하는 운전수 에디 등도 이상하긴 매한가지라 <대도적>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기이한 강탈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얼떨결에 힘을 합치게 된 네 남자는 금고를 털기 위해 머리를 맞대게 된 것. 사실 별다른 이유 없이 제프 브리지스가 여장을 하면서까지 세밀하게 준비하고, 거대한 박격포가 등장하는 금고 파괴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 범행 과정 역시도 여타의 강탈영화와 비교해도 독특하다.

<대도적>은 마이클 치미노가 이후 만든 <디어 헌터>나 <천국의 문>과는 큰 연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버디무비다. 어쩌면 영화평론가 로빈 우드의 얘기처럼 “<디어 헌터>나 <천국의 문>을 만들 만한 야심과 대담함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더 흥미로운 영화가 바로 <대도적>일지도 모른다. 변칙적인 내러티브와 배배 꼬인 장르적 컨벤션,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제프 브리지스가 만들어낸 생생한 캐릭터가 그야말로 톡톡 튄다. 1960년대 말 <이지 라이더>(1969)와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그리고 <내일을 향해 쏴라>(1969)를 통해 결정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남성 버디무비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리 샤츠버그의 <허수아비>(1973), 로버트 알트먼의 <캘리포니아 스플릿>(1974) 등으로 이어졌는데 로빈 우드는 <대도적>을 위 두 작품과 한데 묶으며 “기존 버디무비들을 통해 확립된 원칙들의 변종으로서 가장 뛰어나고도 특이한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만큼 반가운 얼굴들도 많다.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의 또 다른 할아버지로 기억되는 조지 케네디를 비롯, 제프 브리지스가 처음으로 유혹하는 여자로는 TV 시리즈 <듀크 오브 해저드>에서 섹시한 데이지 듀크를 연기했던 캐서린 바하, 제프 브리지스와 잠깐 일을 같이 하는 단역으로 게리 부시가 출연한다.

글/주성철(씨네21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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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전쟁영화를 하나의 굳건한 장르로 규정하자면, 1970년대까지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세’였다. 그러다 1970년대 말에 이르러 <대전장>(1978), <3중대의 병사들>(1978)같은 베트남전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기존 2차 세계대전 영화들의 사소한 변형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 장르: 할리우드와 그 너머>를 쓴 배리 랭포드는 <디어 헌터>가 “전쟁영화의 역사적 무게중심이 결정적으로 베트남으로 옮겨가게 된 계기”로 본다. 또한 미국영화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EMI가 당시 성공적인 출발을 하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배리 랭포드는 <디어 헌터>를 <지옥의 묵시록>(1979)과 함께 베트남전과 무관하게 ‘할리우드 르네상스 스타일의 실험’이 더해진 전쟁영화로 본다. 그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플래툰>(1986), <햄버거 힐>(1987), <7월4일생>(1989)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 양상은 대부분 ‘액션오락영화’로 분류되던 2차 세계대전 영화들과 사뭇 달랐다. 배리 랭포드가 말하길 “전쟁의 격렬하고 지속적인 정치화와 더불어 현대 미국의 첫 패배 경험의 파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디어 헌터>는 <모히칸족의 최후>를 쓴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사슴 사냥꾼 Deerslayer>으로부터 유래한 제목이다. 쿠퍼는 내티 범포라는 하층민 출신의 사냥꾼이 등장하는 5부작 소설을 통해 변경의 백인과 인디언의 관계를 다채롭게 묘사, 탐색해왔는데 마이클 치미노는 그를 베트남전으로 치환하여 스러져가는 미국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냈다. 영화가 시작하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클레어튼에 있는 제철소의 삭막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것은 이후 베트남에서 겪게 되는 악몽과 연결되는 지옥으로의 입구다. 이곳에서 일하는 마이클(로버트 드니로)과 닉(크리스토퍼 워큰), 스티븐(존 세비지) 등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종종 산으로 사슴 사냥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 안 가 베트남으로 파병된다. 하지만 그들은 베트콩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고 러시안 룰렛으로 대표되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피폐해져 간다. 그렇게 우정은 산산조각 나고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은 휴지조각이 된다. 그렇게 그 누구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 한다.


<디어 헌터>에 대해서는 <베트남에서 레이건까지>를 통해 무려 30페이지 넘게 이 영화에 대해 할애한 영화평론가 로빈 우드의 분석이 압권이다. 그는 “사실주의적이라고 해서 많은 칭찬을 받았던 반면 한편으로는 반동적인 영화라고 가차 없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둘 중 어떤 반응도 정당하거나 유용한 것 같지는 않다”며 “정치학과 미학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좌파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베트콩의 러시안 룰렛 등 베트남전 묘사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형식적 측면에서는 이후 만들게 되는 <천국의 문>과 더불어 “미국영화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가장 멋진 형식의 혁신자”라고 추켜세운다.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가 함께 속해 있는 전통의 절정이자 그 전통에 대한 만가”라는 것. 그러면서 <디어 헌터>가 <수색자>(1956)와 <리오 브라보>(1959)와 맺고 있는 강한 대응관계에 대한 분석도 시도한다. 그가 보기에 <디어 헌터>는 “치미노의 이상주의가 만들어낸, 그러니까 현대문명이 폐기처분해버렸지만 여전히 숭고함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마이클)에 대한 탄식”이다. 물론 로빈 우드는 일방적 가치 찬양에 경도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영화에 대한 혼란을 긍정하면서 “<디어 헌터>의 위대함은 그러한 혼란의 풍부함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디어 헌터>는 과작(寡作)의 작가 마이클 치미노가 만들어낸 가장 문제적인 작품이다.

글/주성철(씨네21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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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바는 영화광들 사이에서 서로 은밀한 눈웃음을 교환하는 패스워드 같은 존재다. 마틴 스콜세지의 오랜 애정은 말할 것도 없고 슬래셔 무비의 원전으로 회자되는 <베이 오브 블러드>(1971)는 존 카펜터가 <할로윈>(1978)을 만들며 그 주관적 시점 카메라를 응용했고, 쇠꼬챙이 살해 등 거의 리메이크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13일의 금요일>(1980)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웨스 크레이븐은 <리사와 악마>(1973)에서 얻은 영감으로 <나이트메어>(1984)를 만들었고 팀 버튼은 <슬리피 할로우>(1999)를 통해 <블랙 선데이>(1960)를 비롯한 그의 고딕호러 영화들에 오마주를 바쳤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블랙 사바스>(1963) 에피소드 구성으로부터 <펄프 픽션>(1994)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블랙 선데이>의 ‘호러 여신’ 바바라 스틸에게 매혹된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브라이언 드팔마의 경배는 또 어떤가. 죽은 소녀의 유령이 마을을 떠도는 <킬, 베이비... 킬!>(1966)은 스콜세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에 인용됐을 뿐 아니라 루키노 비스콘티와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에도 스며들었다.


이에 덧붙여 최초의 지알로 호러영화로 인정받는 <너무 많이 아는 여자>(1963)에 이르기까지, 마리오 바바가 동료 혹은 후대 감독들에게 재평가 받는 부분은 아무래도 그 특유의 고딕호러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마리오 바바의 후기작 <미친개들>은 난데없는 영화다. 인공적 세트가 등장하는 일체의 실내 장면이 없고, 무엇보다 밤 장면이라고는 없이 거의 차안에서만 벌어지는 리얼타임 도주극이다. 리더(모리스 폴리)를 비롯 각각 블레이드(돈 백키)와 써티투(조지 이스트먼)라 불리는 세 남자가 살인사건을 저지르고는 돈을 탈취해 달아난다. 체포되려는 찰나 마리아(리아 랜더)를 인질로 잡고 위기를 모면한 그들은 우연히 리카르도(리카르도 쿠치올라)가 모는 차에 올라타게 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중이었던 리카르도를 위협해 도시 밖으로 도주한다. 마리아를 그레타 가르보라 부르며 성희롱을 하고 죄책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은 ‘미친개들’이나 마찬가지다.

마리오 바바는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에서 읽은 한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친개들>을 구상했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못해서 제작비가 모자라 크랭크인 이틀 만에 촬영감독을 자르고 자신이 직접 촬영했다. 1974년 크랭크업하긴 했으나 제작자는 결국 파산했고 깔끔하게 완성되지 못한 채로 남겨졌다. 그렇게 거의 20년 동안 창고에 잠들어 있던 필름에 마리아 역의 배우 리아 랜더가 돈을 대고 아들 람베르토 바바가 미진한 부분을 마무리해 완성했다. 그러니까 공개 순서로 보자면 <미친개들>은 마리오 바바의 유작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미친개들>은 자동차의 여정을 따른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에드가 울머의 <우회로>(1945)를 연상시킨다. 자동차 안의 미친개들은 발정난 개 마냥 여자를 괴롭히고 급기야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자에게 소변을 보게 하며 자신의 성기를 만지도록 시킨다. 마리오 바바의 이전 영화들과 비교해도 느닷없고 역겨운 장면들의 연속은 영화 속 인물들을 너무나 가혹하게 다룬다. 에드가 울머의 <우회로>를 향해 로저 에버트가 “내러티브에 있는 비약과 모순은 악몽의 심리학에 해당한다.”고 했던 얘기는 <미친개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하여 영화는 오히려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운명적이다. 그럼에도 거칠고 대담하게 정체불명의 요소들이 한데 뒤엉켜 끝까지 내달리는 <미친개들>은 기묘한 혼돈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에너지를 제 맘대로 쥐었다 놓았다 하는 특유의 긴장감도 팽팽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라스트의 반전에 이르러서는 운명의 그 잔혹하고 서늘한 힘에 기어이 굴복당하고야 만다. 마리오 바바의 가장 파괴적이고도 음울한 로드무비다. (주성철_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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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토크] 류승완 감독 선택작 마리오 바바의 <미친개들>

지난 23일, 이번 영화제 첫 매진사례를 기록한 류승완 감독의 추천작 마리오 바바의 <미친개들>의 상영 후,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진행으로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류승완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영화의 빠르고 에너지 넘치는 질주 후에 이어진 시네토크 시간, 장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 담백하고 유쾌했던 현장을 전한다.


주성철(씨네21 기자): 마리오 바바의 <미친개들>(1974)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함께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영화를 추천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류승완(영화감독): 사실 마리오 바바의 영화를 많이 접해보거나 크게 관심을 둔 편은 아니었다. 2005년에 <주먹이 운다>가 나왔을 때 어떤 교수님이 내게 "당신은 마라오 바바의 <미친개들>의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난 원래 내가 본 영화는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영화인가 싶어서 봤는데 무척이나 좋았다. 영어 자막만으로도 영화를 이해해서 뿌듯하기도 했고. (웃음) 친구들 영화제에 추천할 영화를 고민하다가 이 영화를 목록에 썼다. 다행이 필름 수급이 되서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 혼자만 보긴 너무 아까운 영화다.

주성철:
오늘 상영된 것은 복원판인데, 처음 접할 때 본 <미친개들>도 오늘 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 버전이었나?
류승완: 워낙 좋지 않은 화질로 봐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내가 인상 깊게 느꼈던 장면들은 그대로인 것 같다.

주성철: 원래 이 영화는 마리오 바바가 <남자와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는데, 영화사의 부도로 완성을 못했다고 한다. 아들인 람베르토 바바가 손을 봐서 97년에 <미친개들 Rabid Dogs>로 나왔고, 여주인공 리아 렌더가 2002년에 <Kidnapped>란 제목으로 복원했다. 복원판에는 재촬영한 장면들이 몇 있는데, 마지막 유괴범과 엄마의 통화 장면은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 한다.
류승완: 맞다. 내가 본 버전에서는 원래 유괴범이 혼자 통화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엔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성철: 실시간으로 차안에서만 진행되는 스릴러라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어떻게 생각하나?
류승완: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어렵다. 이런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선 소위 내공이란 게 필요하다. 영화의 진행이 예측 불가능하고 덜컥 나오는 각종 상황들이 급작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대단한 것 같다. 저예산의 장르영화로서 인물들의 비정상적인 반응과 성격으로 극을 진행시킨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영화는 단순히 돈으로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우리를 몰입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속도감과 함께 관객의 집중도를 끌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인물의 사연이나 행동의 원인 등 시나리오 작법에 나오는 원칙들이 사용되지 않고, 인물 묘사가 현재 상황만으로 대체된다는 점에서 하드보일드 문학과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주성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아본다면?
류승완: ‘단검’이 과수원에서 포도를 따먹는 장면이다. 내가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좋아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주인공이 살인 후, 자신의 소변으로 피 묻은 손을 닦고 한손으로는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는 장면이다. ‘단검’의 행동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갑자기 구토를 하고 차를 세워 포도를 따먹고, 과수원 주인을 만나 돈을 쥐어주는 이 모든 장면이 잘 짜여진 이야기 같아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설득된다는 게 신기하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볼 때도 대충 만든 것 같은데 에너지가 넘쳐서 압도당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공식을 벗어나 이 영화만의 공식을 만들어간다.

주성철: 제작 당시 돈이 부족해지자 7~8년 정도 촬영감독으로 일한 경험이 있던 마리오 바바가 직접 촬영감독으로 나섰다고 하는데, 차 내에서 카메라를 앞뒤좌우 할 것 없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법이 놀라웠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류승완: 광각렌즈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엘 마리아체의 느낌이 난다. 예산 때문에 핸드 핼드 카메라를 쓴 것이 오히려 영화 전체의 일관된 형식을 잡아주며 느낌을 살린다. 광각렌즈를 시종일관 사용하면 경박해 보이면서도 이상한 활력을 가져다주는데, 약간의 싼 티와 거친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주성철: 배우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32’ 나 ‘단검’의 미친 개 같은 연기나, 마지막 반전을 이끄는 착해 보이기만 하는 유괴범의 연기가 강하게 다가왔다.
류승완: 처음에 나도 연기에 대한 얘기를 듣고 추천을 받았는데 연기에 매혹되기 보단 배우들 캐스팅에 관심이 갔다. 나는 마지막 반전을 알고 보는 데에도 그의 선량한 생김새 때문인지 최후의 나쁜 놈인 운전하는 인질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요즘 나는 얼굴과 상황만 봐도 답이 나오는 쉬운 영화가 좋다. 한마디로 설명 없이도 역학구도가 딱딱 나오는 그런 영화가 좋다. 이 영화에서 또한 캐릭터 설정에 딱 들어맞는 정확한 얼굴들이 흥미로웠다. 또한 옥수수 밭 전신 샷을 볼 때 이탈리아인의 기럭지에 감탄을 했다. (웃음)

주성철:
결말의 반전을 알고 보니 새로이 발견되는 재밌는 장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여자가 아이를 병원에 대신 데려가겠다고 하는 장면이나 그녀가 강도들에게 차는 가지고 인질들을 풀어 달라고 할 때, 운전자, 즉 최후의 승자인 유괴범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하게 되더라. 신기한 점은 반전을 알고 봐도 몰입이 되더라는 것이다.
류승완: 그렇다. 반전을 알고 보면 재밌는 상황들이 꽤 있다. 유괴범도 나름 범죄자인데 강도들이 타서 범죄자 행세를 하니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주성철: 팀 루카스의 「마리오 바바 : 어둠의 모든 색깔」라는 책으로 바바에 관한 사전 조사를 했다. 책의 서문을 쓴 마틴 스콜세지가 말하길 전 세계적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세실 데밀에 견주어 봐도 마리오 바바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위대한 감독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거장의 자리에 간 것이 아니라는 거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났다면 마리오 바바는 남들과 차별화된 좋은 감독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류승완: 서구의 서스펜스 미스터리영화는 도저히 문학으로는 재현될 수 없는 광기가 있고 바바의 영화에는 그런 에너지가 있다.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도 스토리보단 에너지로 나를 사로잡았다. 스콜세지의 <성난 황소>의 오프닝 부분은 너무나도 영화적인 미학으로 파워풀하게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야말로 ‘영화적이다’라는 말이 그럴 때 쓰이는 것이다. 이 영화도 기승전결보다는 영화적 에너지가 살아있다. 극악무도한 강도들과 여러 비논리적인 상황들로 극을 빠르게 끌고 가는 그 에너지. 핏빛 넘치는 그 시절 70년대 영화들이 그립다.

주성철: 나 또한 감독님과 같이 마리오 바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골수팬들은 <미친개들>이 그가 말년에 힘들게 만든 작품으로 여기던데 나는 이 영화가 더 좋았다.
류승완: 마리오 바바는 영화의 테크닉적인 면보다는 사람을 보는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특별한 것 같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남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가 살아있는 이런 영화가 나온 것 같다. <미친개들>은 남다른 에너지가 있는 영화다. 이런 이탈리아 영화들이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것 같다. 길이 막히는 가운데 벌어지는 교통사고 장면은 마치 우리나라 시골길에서 벌어질 법한 풍경이다. 언성 높이고 따지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관객1: 만일 감독님이 <미친개들>을 리메이크 한다면 어떤 배우들을 쓰고 싶나?
류승완: 현재 한국 영화계는 배우 층이 매우 두텁다. 그래서 딱히 ‘이 배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차안에만 있어도 존재감이 있는 개성강한 배우들을 써야 할 것 같다. ‘단검’은 원빈?! (웃음)

관객2: 영화 속 자리 배치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32'와 '단검' 같은 바보들이 말썽을 부리는 걸 보며 왜 두목은 그들에게 운전을 시키지 않는지 의아했다.
류승완: 사실 그건 마리오 바바에게 물어봐야할 질문이니 뭐라 단언 할 순 없지만, 같은 직업 종사자로서 드는 생각은 있다. (웃음) 운전자가 선량해보여야 톨게이트나 도로를 달릴 때 덜 의심받는다. 그리고 인질을 앞에 둬야 뒤에서 감시를 할 수 있고 상황을 통제 할 수 있다. 나 같으면 두목을 뒷좌석에 앉혔을 것 같긴 하다. ‘32’와 ‘단검’을 뒤에 같이 두니 감정의 격함이 뒷좌석에 집중된 것 같았다.


관객3: <부당거래>를 보며, 개인적으로 전작들보다 더 냉혹하고 잔인하다고 느꼈다.
류승완: 내가 더 악랄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다. 이제는 영화를 보는 행위가 두렵다. 너무 뛰어난 영화를 보면 질투가 나고, 못 만든 것 같은 영화를 보면 나도 언제든지 그런 졸작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든다. 직업 감독이 된지 10년이 된 지금, 영화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뀐 듯싶다. 예전에는 영화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영화가 내 삶보다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현장에서 더 이상 안달복달 하지 않는다. 영화는 사람 뜻대로 쉬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 조금 편해지고 거리를 두고 보니 시선이 차가워진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나중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정리 : 배준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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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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