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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으스타슈

인물의 육체, 행위의 기입이 아닌 ‘말’을 찍은 영화 [영화읽기] 장 으스타슈의 세르주 다네의 표현에 따르면 장 으스타슈는 '자신의 독자적인 현실의 민족지학자'다. 인류학의 방법론 중에 하나인 민족지학적 방법론은 오랜 시간동안 현지에 머물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들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지학자가 현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뜻하지 않은 우연적 사건들을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만큼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에 더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으스타슈는 모럴리스트(moralist)다. 에릭 로메르의 말에 따르면 모럴리스트는 인간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정신과 감정의 상태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 '관심'이라는 말이 어떻게 영화로 표현되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는 인간의 외부적 행위나 사고를 다.. 더보기
“으스타슈와 멜빌의 영화들을 아트시네마에서 쭉 보고 싶다” 원정 나온 관객 김지현, 박예하 양을 만나다 지난 일요일 대전아트시네마의 열혈관객이자 서울아트시네마와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김지현 씨가 오랜만에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걸음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후원금을 내기 위해 극장에 들렸다는 지현 씨는 친구 박예하 양과 함께 서울아트시네마 로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수줍은 많은 두 친구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영화제, 그리고 최근 시네마테크를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강민영(웹데일리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연중 가장 큰 행사기도 하다. 지현 씨의 경우 개막에 맞춰 서울에 올라왔던 것으로 아는데, 두 분 모두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영화.. 더보기
'68년 5월의 잃어버린 아이들, 장 으스타슈의 <엄마와 창녀> 클래식 음악과 실존주의 철학을 신봉하는 인텔리인 알렉상드르는 직업도 없이 애인인 마리에게 빌붙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날 그는 옛 애인인 질베르트를 찾아가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베로니카와 사랑에 빠진다. 마리와 베로니카는 각자를 질투하고 알렉상드르는 두 여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63년 첫 영화를 만든 후 10년만에 처음으로 만든 장편극영화에서 으스타슈가 다루고 있는 것은 68혁명 이후 프랑스를 점령한 절망적인 분위기다.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하는 알렉상드르는 이 시대의 완벽한 페르소나다. 그는 자신을 양육해주는 엄마(마리)에게 의존한 채, 때로 갑작스러운 각성이라도 한 듯 옛사랑(질베르트)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었고 부도덕하게도 이 희미한 옛사랑의 대역으로 창녀.. 더보기
불안한 시대의 공기, 담배와 술을 부르는 영화 김한민, 윤종빈 감독과 함께한 으스타슈의 시네토크 1월 17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선 무려 4시간 가까운 상영시간에 달하는 장 으스타슈의 (1973)를 인터미션도 없이 상영 후 이 영화를 친구들의 선택으로 꼽은 김한민, 윤종빈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진행됐다. 3시간 40분 동안 서너 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인 영화. 이미 작년 11월에 일찌감치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하는 김한민, 윤종빈 감독은 왜 이 영화를 고른 것일까. 언뜻 보면 대조적이지만 은근히 잘 어울리던 두 감독의 마치 ‘시사토론회’ 같던 그 현장을 일부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 오랜만에 이 영화를 온전하게 다시 봤다. 게다가 젊은 장 피에르 레오를 보니 새롭다. 이 영화는 2003년에 서울아트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