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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타티

[리뷰] 자크 타티 '축제일 Jour de fête' 1982년 11월 4일 자크 타티가 죽고 난 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사이트 앤 사운드’에 ‘윌로씨의 죽음 The Death of Hulot’이라는 글을 실었다. 그는 자크 타티의 마지막 작품이 될 뻔했던 미완의 영화 의 각본 작업에 참여한 바 있으며, 타티에게는 앙드레 바쟁 못지않은 신뢰를 얻은 평론가였다. 로젠봄의 기억 속에서 자크 타티는 천재적인 감각의 소유자이자 슬라브인 특유의 불같은 성질과 우울증이 교차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타티는 로젠봄에게 영화적 시선을 새롭게 정립해준 감독이었다. “은 내가 도시 안의 사물들과 사람들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의 고백처럼 ‘새로운 시선’ 혹은 ‘낯설게 하기’ 방식들이란 자크 타티 영화 미학의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핵심이었다.. 더보기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 (1958)는 한 도시 속의 두 도시 이야기다. 윌로 씨가 살고 있는 쪽에선 담쟁이덩굴과 이끼가 감싸 안은 집, 떠돌이 개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리, 인간의 손때가 묻은 담벼락, 마부가 마차를 끄는 새벽길을 볼 수 있다. 그곳엔 시장이 있고, 사람들의 대화가 있다. 상인은 할머니가 알아서 배추를 가져가도록 놔두고, 토마토를 떨어트린 소녀는 몰래 도망가며, 윌로 씨의 가방에 든 생선이 가판대 아래 앉은 개의 성질을 건드리는 그런 곳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산다. 윌로 씨의 처남 가족이 지내는 쪽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회색 빛 건물이 줄지어 섰고, 검은 아스팔트가 각 구역을 뚜렷이 나눈다. 공장장인 처남이 출근하면 웃으며 잡담을 나누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척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효율성과 공간과 일.. 더보기
실뱅 쇼메의 '일루셔니스트'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는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실뱅 쇼메의 작품이다. 실뱅 쇼메는 2003년 발표한 로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를 정도로 애니메이션계의 실력자로 꼽히는 감독이다. 물론 감독에 대한 설명만으로 에 대한 국내 관객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는 다소 역부족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가 (1953) (1958) (1967)으로 유명한 자크 타티의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면? 원래 자크 타티는 을 연출하기 전 라는 작품을 기획 중에 있었다. 자크 타티가 직접 연기한 기존의 윌로씨 캐릭터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든 무심하게 본인의 리듬으로 독보적인 행동반경을 확보하는 무한 긍정의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와 달리 에서는 긍정의 이미지를 많이 버려야 했던 까닭에 자크 타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