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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서커스에 매료된 펠리니의 유년기 기억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펠리니는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서커스에 매료되어 보냈다. 서커스의 긴장감과 현란한 무대는 그의 동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펠리니가 태어난 이탈리아의 해안 도시 리미니는 서커스와 순회공연, 카니발이 매일같이 열리던 곳이었고 펠리니는 이러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서커스의 단원으로 지내기도 했다. <길>(1954)은 그의 어린 시절, 다시 말해 서커스와 인형극 등에 매혹되어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자전적인 이야기가 강하게 반영되어있는 영화다. “영화라는 것이 없었고 서커스가 아직도 현대적인 흥행물이었다면 아마도 나는 큰 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펠리니의 말은 그가 유랑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길>이라는 영화에 유년기 기억의 전부였던 ‘서커스’를 접목시키기 위해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가를 짐작케 한다.


<길>은 펠리니의 다섯 번째 장편으로 그의 아내이자 페르소나인 여배우 줄리에타 마시나의 대표작이다. 펠리니는 아내인 마시나를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영화를 여러 편 제작했는데, 이 영화는 펠리니 스스로 ‘영혼의 원천인 줄리에타를 위해 만든 영화’라고 공표할 정도로 마시나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었던 작품이다. 펠리니는 로셀리니와의 각본, 조연출 등의 작업을 통해 네오리얼리즘 계보에서 영화작업을 시작했던 감독이지만 <길>을 통해 그는 네오리얼리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가난을 소재로 하면서 잠파노와 젤소미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비극을 중심 내러티브로 한다. 하지만 펠리니는 극단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순수한 사랑, 혹은 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으로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구원’의 문제에 주목한다. 펠리니는 이 영화로 베니스국제영화제(1954)와 아카데미(1957)에서 주목받았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