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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Cine talk

“영화를 찍는다는 것의 의문”

[시네클럽] 김태용 감독의 영화연출론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인기 행사 중 하나인 ‘시네클럽’이 28일로 3강을 맞으며 중반에 이르렀다. 세 번째 강사로 나선 김태용 감독은 ‘영화를 찍는다는 것의 의문’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친근하게 풀어내며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관객들과 소통했다.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따뜻한 현장을 전한다.


김태용(영화감독): 사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도 갖고 있지 않아서, 답에 대한 이야기 대신 그 의문에 어떤 과정이 있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영화 작업을 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작품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응축되어있던 의문들이 한 작품씩 할 때마다 한 번에 폭발하는 것 같다. 99년에 <여고괴담2: 메멘토 모리>를 만들기 전까지는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해서 ‘기회가 안 생겨서 그렇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기회만 생기면 그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영화를 만들면서 첫 번째 맞았던 철퇴가 ‘아, 이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릇과 영화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에서부터 시작을 하든지 서로 정말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여고괴담2>을 하면서, 문제는 영화의 형식이나 그릇이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며 그 형식이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객1:
<가족의 탄생>에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데, 연기의 톤이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을 조율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지?
김태용: 영화에서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분명 배우의 공인데,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것은 분명히 감독의 잘못인 것 같다. 노하우라면 노하우인데, 그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는 사람인지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연기의 콘티뉴이티에 더 민감한 배우들이 있는데, 그 콘티뉴이티는 철저하게 감독의 몫이기도 하다. 반면에 어떤 배우는 전후에 어떤 씬이 있든 당면한 씬의 감정에만 집중한다. 그런 배우와 작업할 때는 감독과 배우가 서로 순수하게 잘 맞아야 한다. <가족의 탄생> 때는 콘티뉴이티가 좋은 배우와 순간 집중력이 좋은 배우가 반반이었다. 그런 부분들이 감독과 잘 맞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서로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배우마다 성향이 다르고, 처음 만났을 때는 그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조절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순간에 집중력이 좋은 배우들과 잘 맞는 편이다.

관객2: 일반적으로 ‘감독’이라고 하면 떠올랐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확고하다기보다는 여지를 많이 두시는 편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유지하면서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에게 어떻게 신뢰를 주시며, 현장에서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시는지?
김태용: 믿음을 주려고 한다고 믿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다 안다. ‘아, 이 사람이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는구나, 애쓴다.’ (웃음) 못되게 이야기하자면 스태프와 배우들이 원하는 건 믿음이나 소통이 아니다. 내가 스태프로 일할 때도 그랬다. 감독이 나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게 그렇게까지 기쁜 일은 아니었다. (웃음) 이 감독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궁금한 것이고, 그 비전의 결과를 보고 싶어 하며 그 결과에 동참하는 것이다. 감독 역시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영화를 관객으로서 볼 때를 상정하고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감독이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보다 감독의 비전이 잘 보이는 상황에서 소통이 훨씬 잘 된다.


관객3: 현장에 나가면 자기 마음처럼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그럴 때 잘 타협을 하시는 편인지, 아니면 고집을 부리시는 편인지?
김태용: 나는 그냥 잘 타협한다. (웃음) 소품이나 미술이나 촬영의 영역을 그렇게 많이 디테일하게 고민하는 편은 아니다. 담당 감독님들이 하자는 대로 많이 한다. 대신 배우와 관련해서 대사나 감정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고집을 부리는 편인 것 같다. 모든 영역에 다 고집을 부릴 수는 없으니까,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하나는 잡고 가야 한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커다란 선택들 중에 하나만 고르고 나머지는 버려야하는 매 순간이 이어지지 않나. 그럴 때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

(정리: 박예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