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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장철 특별전

[Review] 진짜 남자들의 세계 - <오독>


장철 식 무협은 직구 같다. 배우들은 탄탄한 몸을 망설임 없이 드러낸다. 특히 <오독>에서는 오로지 맨손, 맨발로 간결한 격투를 한다. 기존의 무협과 비교해보면 특색이 확연히 보인다. 더불어 장철의 전작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공중에서 옷을 휘날리며 창이나 칼 등의 도구를 이용하거나 화려한 필살기를 구사하는 우아함은 온데간데없다. 말 그대로 남자들이 맨몸으로 정면승부를 하는 <오독>에는 담백하고 직설적인 매력이 있다.

<오독>은 단순 명쾌함이 극대화 된 영화다. 영화는 보물을 둘러싼 다섯 명의 제자들의 신경전에 충실하다. 잔인한 장면도 서슴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피가 줄줄 흐르고 자칫하면 죽는다. 단 한 번도 비틀지 않고 화끈하게 치고 박는 장철 식 무협이 당시 홍콩의 젊은이들에게 얼마만큼의 대리만족을 주었을지 상상이 될만하다.

모름지기 무협에서는 문파 간의 싸움이 주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독>은 친형제보다 가깝다는 같은 문파 사제들끼리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게다가 그들 중에는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악의 구도에 선 세 제자의 입체적인 성격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선악의 대결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앞장서서 악행을 저질렀던 둘째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서야 내 의지가 아니었다고 고백할 때는 마음이 짠하기까지 하다. 또 점차 정체를 드러내는 다른 이들과 달리 수수께끼처럼 감춰진 셋째의 존재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 무협 영화는 기술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되게 포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무협은 향수의 영화인지라, 어쩐지 물감이 분명해 보이는 것을 흘려가며 열심히 한 합, 한 합 맞추는, 그리고 단순 명쾌한 쾌남이 나오는 다소 촌스러운 옛날의 것을 찾게 된다. 어설플지라도 그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게 옛날 무협의 재미이다. 게다가 점점 예뻐지는 남자들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오독>을 보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릴 거다. “그래, 이게 진짜 남자지!”  (김휴리 | 관객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