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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팰리니적 분위기가 집적된 작품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사기꾼들>


<길>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펠리니는 일 년 후인 1955년에 사기단의 범죄를 다룬 <사기꾼들>을 발표한다. 전작 <길>이 페데리코 펠리니라는 작가를 각인시킨 것과 달리, <사기꾼들>은 ‘1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싸구려 범죄스릴러라는 비평가들의 맹렬한 비판을 받았고 흥행에 참패했다. 뿐만 아니라 1964년까지 국제배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펠리니의 이야기 소재가 변화하는 특징적인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펠리니적인 분위기가 집적된 작품이라 말해지기도 한다.

영화는 나이든 리더 아우구스토를 주인공으로 사기꾼 일당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아우구스토 패거리의 사기는 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한다. 주교복장을 하고 나이든 여자를 속이거나 행정 관료로 가장해 빈민가 사람을 갈취하는 등 사기행각과 관련된 에피소드에는 전쟁의 여파와 이탈리아 민중의 피폐한 삶이 드러난다.


네오리얼리즘의 계보를 따르고 있지만 이 영화는 시적인 리얼리즘과 거리를 두고 있는 작품이다. 궁핍한 삶의 조건을 말하면서 현실의 거친 모습을 담아내는 기본정신이 <사기꾼들>을 관통한다. 맨손으로 농사일을 돌보는 시골 농부, 열악한 빈민가의 상황, 쉬는 시간도 없이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보여주는 방식은 네오리얼리즘의 스타일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개인의 내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사기꾼들>은 네오리얼리즘과 구별된다. 이것은 주로 늙은 사기꾼 아우구스토로 분한 브로데릭 크로포드의 연기로 성취된다. 우울하고 무표정한 얼굴을 고수하는 아우구스토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근심한다. 펠리니는 인물의 고독한 심경을 명암대비가 두드러진 조명으로 처리한다. 파티에서 홀로 앉은 아우구스토의 옆얼굴이 반 정도 어둠에 가리거나, 그의 모습을 그림자 실루엣으로 처리한 장면들은 리얼리티를 포착하기 위해서 인공성을 지양하고 자연광, 야외촬영, 핸드헬드를 요구한 네오리얼리즘과 차이를 보인다. 캐스팅단계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나타난다. 펠리니는 늙은 사기꾼 역할의 강렬하고 비극적인 얼굴을 육화하기 위해 처음에 험프리 보가트를 기용할 생각이었다. 당시에 보가트가 폐암을 앓았기 때문에 크로포드를 기용했다. <모두가 왕의 부하들>(1949)의 포스터에서 그의 얼굴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