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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소식

집중 포화 맞은 조희문 영진위원장

한국영화아카데미 포럼에서 관객, 패널로부터 거센 항의 받아
2010년 03월 18일 (목) 21:37:51 김수정 ( rubisujeong@mediatoday.co.kr)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하 영진위)이 18일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에서 패널과 관객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최근 직제 개편, 원장 공석, 교수 계약 기간 축소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영화아카데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포럼에서 조 위원장은 “설립 당시 영화아카데미는 영화제작 인력 양성을 위해 존재했는데 지금은 출발 때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다양한 곳에서 영화관련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그것을 담당하는 영화아카데미의 방향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등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희문 위원장 “영화아카데미 변화 필요…아직 입장 없다”

조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의 사업영역이며, 영진위는 구체적으로 영화아카데미를 어떻게 할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관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영진위는 어떤 저의도, 음모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화아카데미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며 “진행경과를 보면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 조희문 영진위원장. 이치열 기자@  
 

이용배 교수 “유인촌 장관에 한 업무보고는 괜히 한 거냐”

조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이날 발제자로 참석했던 이용배 계원조형예술대학교 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조 위원장이 유인촌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영화아카데미는 재교육 쪽으로 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럼 장관한테 보고한 것은 괜히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조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 잔류 조건이 영화인 재교육 중심이었으며 이는 기획재정부가 요구한 사안이다. 포괄적인 계획일 뿐 정리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황규덕 명지대 영화과 교수는 “영화아카데미는 영화인 재교육만 하라는 명령하달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조 위원장은 “그것은 기획재정부 조건이었고, 기능 개편은 영진위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용배 교수는 “그럼 유인촌 장관에 한 업무보고는 그냥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되물었고, 조 위원장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영진위는 ‘기다려 달라’ ‘다급할 것 없다’고 얘기하는데 정상대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면 3월 중순이면 내년도 신입생 요강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영화아카데미 직원 누구도 내년에 신입생을 뽑을 수 있을지를 난감해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학교냐”고 다그쳤다. 조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에는 학교라는 말을 쓰지 마라. 아카데미라고 해달라”고 말했다가 패널과 관객으로부터 “왜 학교가 아니냐”며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영화아카데미는 아무 변화가 없다”는 조 위원장의 발언에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학교가 교육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입시요강도 안 나온 상황이라 수요자가 답답해하고 있다. 학교가 멈춰 있다. 전공교수 계약은 1년으로 줄였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아직 아무 변화가 없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고 패널과 관객들은 “아니다. 변화 있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하명중 영화감독이 말을 이었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재가 필요해서 영화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이제 26세 어른이 됐고 자식도 수없이 낳았다. 그런데 영진위는 영화아카데미를 호적이 없는 아이 다루듯 한다. 이제 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보다 더 큰 존재가 됐다. 한국영화를 이끈 주역이다. 주무장관이 돈이 없다며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뒤에는 영화아카데미와 함께 한 영화인이 있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이 18일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김수정 기자@  
 
황규덕 “영진위 작태, 영화아카데미 박살내려는 것”

이날 ‘공공 영화창작 교육의 한 모델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역사와 성과’라는 주제로 발제한 황규덕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아카데미를 흔드는 모양새”라며 △
제작연구과정 총괄프로듀서 임용요청 묵살 △원장을 부장으로 격하하는 직제개편 △박기용 전 원장 임기만료 후 원장 공석 △교수진 1년 단위 계약 △학생 작품 강제 동원 배급 등을 근거로 들었다. 황 교수는 “지금의 작태는 영화아카데미를 박살내려는 의도”라며 “이대로 가면 영화아카데미 간판을 뜯어내고, 관변 영화인단체 쪽으로 가려는 게 저들의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송낙원 교수 “영화아카데미와 한예종 영상원 역할 달라”

송낙원 건국대 영화과 교수는 영화아카데미와 한예종 영상원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공존하고 있으며 소구 대상도 다르다며 이 둘이 통폐합될 경우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이 폐지되면
대학원 수준에서 국가의 핵심영화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과정은 오직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 과정뿐이며, 이곳 정원은 15명”이라고 지적했다. 사립대학 영화과를 졸업하는 수많은 영화학도가 영화아카데미나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 과정에 진학하려고 하지만 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이 폐지될 경우 이들 중 일부는 유학을 갈 것이고 다수는 영화를 포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영진위가 시대가 변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해외 상황을 파악 못했기 때문”이라며 외국은 국가 주도의 영화인 정규교육기관의 예를 들었다. 일본과 홍콩이 10년 이상 영화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인재 양성하는 국가주도의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아카데미 문제는 국가가 국가대표를 양성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오히려 현재
개설된 제작연구과정을 좀 더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미디어오늘 2010년 3월 18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