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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질풍노도 시기의 겪는 두 소년의 성장사 - 마테오 가로네의 '손님들'


<손님들>은 <이민자들의 땅>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두 명의 알바니아 소년 겔티(줄리안 소타)와 지니(라자 소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영화 한 편을 끌고 간다. 삼촌과 함께 조그만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두 형제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혼잡한 로마에서 자리 잡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불만이 있다면, 이제 나이도 좀 먹었겠다 한 방에서 형제가 함께 묵으려니 불편한 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간의 사정을 파악한 삼촌은 알고 지내던 젊은 사진사의 집에서 두 조카가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지만 겔티는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다.

<손님들> 역시 <이민자들의 땅>에서처럼 실제 인물이 등장해 연기를 펼치는 등 리얼리즘의 면모를 과시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극영화적 요소를 드러내며 가로네가 일관되게 유지해왔던 다큐멘터리적 연출에 분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손님들>은 두 소년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와중에 성장영화의 형태를 강하게 내비친다. 굳이 <이민자들의 땅>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인물을 다시 전면에 내세워 장편을 시도한 것에는 가로네가 극영화로의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이다.


이는 극중 두 형제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는 것처럼 가로네도 여러 시도를 통해 자신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듯이 보여 흥미롭다. 그런 사실을 감안한다면, 겔티는 감독의 심정이 간접 투영된 분신처럼 새롭게 느껴진다. 사진사의 집을 나와 얼마간 방황하던 겔티는 30년 전 로마로 상경한 리노라는 노인을 만난다. 리노는 몇 년 전 집을 나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중인데 겔티는 그런 노인을 보며 지니를 생각하고 그 자신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가로네 감독은 또한 겔티(와 지니)에게서 앞으로의 영화적 활동을 모색한다. 그렇게 영화는 현실을 모방하고 현실은 또한 영화를 모방하는 법이다. 적어도 가로네의 영화는 삶과 현실을 진실을 추구한다. (허남웅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