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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줄리에타 시선으로 바라본 환상과 꿈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혼의 줄리에타>


<영혼의 줄리에타>(1965)는 <길>과 <카비리아의 밤>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줄리에타 마시나가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펠리니의 첫 번째 컬러영화로 이탈리아의 중산층 부인인 ‘줄리에타’가 자신의 존재에 혼란을 느끼며 위기를 짚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영화가 펠리니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한 것은 영화의 주인공인 ‘줄리에타’, 즉 부르주아 여성 캐릭터 때문이다. <길>, <카비리아의 밤>을 통해 하층계급의 인물들을 연기했던 마시나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영혼의 줄리에타>에서 돌연 유복한 부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펠리니의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옮겨지면서 강렬한 미학적 장치들(원색에 가까운 색감 등)을 활용하거나 극도의 몽환성을 띄는 것과 연결된다.


영화는 남편의 외도나 금지된 장난인 심령, 주술 등 다양한 방면으로 혼란을 겪는 귀부인 줄리에타를 중심으로 그녀의 주변인들을 연극 무대의 인물들처럼 배치한다. 펠리니가 이 영화를 ‘줄리에타 마시나를 위한, 그녀의 영화’라고 말했던 것처럼 카메라는 전적으로 줄리에타라는 인물에 고정되어있다. 화려한 의상, 화장, 소품 등 영화에서 눈을 즐겁게 하는 모든 현란한 도구들도 모두 줄리에타에게 입혀져 있다. 그런 연유로 이 영화는 줄리에타의 시선으로 바라본 환상과 꿈이라 말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영혼의 줄리에타>는 <8과 1/2>과 맞닿아 있는 영화다. 펠리니는 <8과 1/2>를 찍기 전 영화 연출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고 그 결과물로 <8과 1/2>의 귀도(영화감독)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귀도와 줄리에타 모두 자의식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종종 비평적으로 비교된다. (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