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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인간 사이의 교감과 신에 대한 질문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카비리아의 밤>


<카비리아의 밤>(1957)은 <길> 이후 줄리에타 마시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영화는 <길>과 <사기꾼들>에 이어 ‘구원 3부작’으로 명명되었던 작품으로, 펠리니는 세 작품의 상징들을 통해 인간 사이의 교감과 신에 대한 질문을 보여주었다. 세 영화는 모두 펠리니의 개인적인 공간과 기억들로 이루어져 있다. <길>의 서커스(유랑민)와 <사기꾼들>에서 단역들의 종교적 상징, 그리고 <카비리아의 밤>의 매춘부(매음굴) 등 세 영화의 중심 테마는 모두 펠리니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지나왔던 특정 공간과 추억들이 담긴 자전적 설정이다. <카비리아의 밤>은 초기 펠리니의 작품 중 가장 명료한 공간 이동이 이뤄지는 작품이다. 매음굴과 거리의 이미지가 의도적으로 반복된다. 또한 이 영화는 전작들에 비해 주인공을 극으로 치닫게 만드는 강렬한 드라마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길>은 선배이자 스승이었던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당시의 유행 사조였던 네오리얼리즘에서 떠나려 했던 작품이었다. <카비리아의 밤>은 그런 펠리니의 방향을 더욱 확고하게 다져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네오리얼리즘이 표방한 현실의 구성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감성을 영화에 불어넣는 방법을 찾았다. <카비리아의 밤>에서 펠리니는 가난과 같은 외부의 영향으로 조금씩 무너져 가는 인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카비리아는 사랑과 순수를 결코 놓지 않으려는 강인한 인물이다. 그녀에 기생해 괴롭히는 폭력적인 남성들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면 카비리아는 감상적이고 끊임없이 희망을 갖는 긍정적 미래를 바라보는 인물이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카비리아는 마지막 희망, 그리고 마지막 기적의 상대인 오스카를 만난다. 거듭되는 악몽이 두려웠던 카비리아는 오스카를 경계하지만, 그의 끈질긴 구애 앞에 결국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을 속삭였던 오스카도 사랑의 힘에 이끌려 카비리아를 원한 것이 아니었음이 밝혀지고, 카비리아는 홀로 외딴 지방에 남아 구슬픈 눈물을 흘린다. 자신이 살던 마을을 벗어나 방황하던 카비리아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음악의 유혹에 이끌려 울음을 삼키고 웃음을 짓는다. 카비리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기생해야했던 남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딛고 일어나야만 하는 그녀의 ‘광대적 삶’을 함축적으로 묘사한다. 카비리아의 웃음은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종교적 해답을 발견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펠리니의 ‘신성’으로 이어진다. 웃는 자는 곧 깨달음을 얻은 자이며, 자기치유의 권한을 단독으로 부여받은 사람이다. 카비리아는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세상을 향해 웃음 짓는다. 이 마지막 숏은 펠리니의 초기작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