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베니스 인 서울]


몰락과 유예의 디스토피아에 머문 신데렐라 - <가타 신데렐라>


  ‘고양이 신데렐라’로도 번역할 수 있는 <가타 신데렐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나폴리만에 정박한 유람선 “메가라이드”를 거점으로 도시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신기술을 개발한 과학자 비토리오 바질은 가수 안젤리카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바질의 어린 딸, 미아를 극진히 보살피는 경호원 제미토는 바질의 결혼이 탐탁지 않다. 안젤리카의 정부이자 마약상인 살바도르는 바질의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결혼식 당일 그를 저격한다. 일순 고아가 된 미아는 6명의 자녀를 둔 안젤리카의 방치나 다름없는 ‘보호’를 받으며 배 안에서 성장한다. 성년을 며칠 앞둔 미아는 아버지의 기술 덕분에 메가라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저장된 홀로그램 이미지를 간간이 마주한다.

 <가타 신데렐라>는 살바도르의 마약 거래, 안젤리카의 딸들이 공연하는 카바레 쇼 등 어둠의 세계와 실패한 미래 사회를 뒤섞는다. 도입부에서 비토리오가 개발한 홀로그램은 신비로운 형상으로 눈을 사로잡지만 그의 죽음 이후에는 유령의 이미지로 선박 곳곳에 출몰한다. 홀로그램은 극 중 몰락한 비토리오의 공간을 배회하는 유령이기도 하지만 미아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출처이기도 하다. 한편, 단지 홀로그램의 영향만이 아니라, <가타 신데렐라>는 전반적으로 관객에게 반투명의 이미지가 화면에 부유한다는 느낌을 준다. 물속이 아니지만 물속에 잠긴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 같은 인상 말이다. 비토리오의 죽음을 기점으로 선체 내부와 항구에 산재하기 시작한 잿가루를 비롯해 조명과 햇살에 노출된 먼지, 미아가 목욕을 하면서 생성된 비눗방울이 화면 전체가 물결처럼 움직이는 듯 고정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이는 단지 극 중 배경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효과를 넘어서 홀로그램과 더불어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정조와 결부돼 있다.

  <가타 신데렐라>는 구두의 형태로 고형화했지만 용액에 반응하며 산산이 부서지는 가루의 모습과 상통한다. 비토리오를 제거하며 메가라이드를 장악한 살바도르는 잿가루와 먼지가 쏟아지고 부서지고 흩날리는 세계의 구심점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굳이 대입하자면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요정 대모와 왕자 캐릭터를 흡수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간악하지만 그만큼 목표 지향적이며 뚜렷한 성격을 지닌다. 메가라이드를 넘어 도시를 장악할 계획을 세운 살바도르의 야망은 유사 가족의 맥락에서 유일하게 메가라이드 바깥에 생활하는 인물이란 특징과 맞물린다. 메가라이드는 비토리오의 죽음과 함께 쇠락한 폐허인 동시에 살바도르를 기다리는 유예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안젤리카에게 ‘살바도르와의 결혼’이란 강력한 동기가 작용하고 있다면 미아의 행동에서는 ‘몰락에 대한 종속’이란 자기 패배적인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메가라이드에 잠입한 제미토와 함께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미아는 배 안에 남는다. 방치와 학대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미아는 이를 타개하기보다 선체를 돌아다니는 고양이의 삶을 택한다. 말미에 이뤄지는 미아의 탈출 역시 자기 의지가 아닌, 제미토의 손에 이끌려서이다.

  여기서 그녀의 수동적이고 패배적인 태도를 부정적인 성격으로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비토리오는 미래와 발전을 위해 기억을 보존하는 홀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이 영화에서 홀로그램은 결코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미아는 과거의 이상향인 아버지와의 기억을 홀로그램을 통해 곱씹으며, 그 이미지는 유령처럼 등장했다가 유령처럼 사라진다. 몰락과 오랜 유예에 적응함으로써 살바도르를 기다리거나 말을 잃어버린 인물들은 배 안에서 부유한다. 메가라이드의 폭발을 잇는 다음 장면은 침몰한 선체와 기억의 홀로그램을 유영하는 흐름이다. 비열한 살바도르와 인정이라곤 찾을 수 없는 안젤리카가 부르는 매력적인 노래처럼 이 유폐와 몰락의 지경이 눈길을 끌지 않는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권세미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