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의 아저씨> - 영화사映畵史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저씨

2015. 1. 20. 15:582015 10주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음악인 성기완의 선택 - <나의 아저씨> Mon oncle / My Uncle


1958│117min│프랑스, 이탈리아│Color│DCP│전체 관람가

연출│자크 타티 Jacques Tati

출연│자크 타티, 장 피에르 졸라, 아드리안느 세르반티

상영일ㅣ 1/21 18:40(시네토크 성기완), 2/14 13:00

- “자크 타티는 영화의 사운드 활용에 매우 재능이 있는 감독이다. 특히 <나의 아저씨>에 포함된 작고 예쁜 소리들은 대사 이상으로 영화의 의미를 전달해 준다. 물론 영상도 훌륭하지만 사운드 측면에서 추천하였다.”





영화사映畵史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저씨

윌로 씨는 무성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인물이다. 그는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행동과 상황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시한다. 다소 뻣뻣하고 불안정한 걸음걸이, 엉덩이를 뒤로 쑥 빼고 무언가를 기웃거리는 제스처와 살이 부러진 검은 우산과 파이프 담배, 겅중한 바지와 코트, 모자는 윌로가 무성영화, 특히 슬랩스틱 코미디에 기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그가 영화사에 처음 등장한 <윌로 씨의 휴가>(1953)는 바닷가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이고 그 후 만들어진 <플레이타임>(1967)과 <트래픽>(1971)은 도시의 삶에서 벌어지는 뒤죽박죽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도시의 바쁜 삶을 다룬 후기 영화들의 전신과 같은 영화가 <나의 아저씨>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윌로의 집이 있는 마을과 조카가 살고 있는 현대식 집, 매형이 일하는 공장이 주를 이룬다. 윌로가 살고 있는 마을은 한가롭고 매사가 더디게 흘러가는 곳이다. 광장에서 열리는 장터의 분주함과 장난치기에 바쁜 아이들, 할 일을 잊고 술집에서 노닥거리는 어른들이 여유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곳이다. 철거 중인 건물과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 마을의 공터, 운행이 중단된 철로가 놓인 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쓸모없는 폐품들이 버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누나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모든 것이 “실용적”이고 “다 연결되어 있는 현대식” 공간이다. 하지만 모던하게 보이는 이곳은 실상 차가운 회색의 반듯한 형태와 창살처럼 공간을 구획 짓는 직선들이 촘촘하게 둘러쳐진 곳이기 때문에 가정의 안온함을 주기보다 인물을 가두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실용성이라는 구실에 갇혀 차가움과 번거로움을 동반하기까지 한다.



자크 타티는 구식으로 보이는 마을에서의 삶과 동떨어진, 도무지 적응하기 힘든 현대식 세계에서 갈팡질팡하는 윌로의 행동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방해하는 새로운 문물과 고군분투한다. 바닷가에 모여든 사람들과의 복닥거림보다 차갑게 드러나는 윌로의 싸움은 “삶의 목적”인 가정을 이루고 집을 소유하면서 능률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의 조건을 헝클어놓게 된다. 자동화된 시스템을 자랑하던 플라스틱 공장의 호스는 소시지나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변형되고, 지정된 경로를 따라 이동해야만 하는 방침은 망가진다. 윌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벌어지고 마는 아노미의 현장은 또각거리는 발소리나 가전제품의 소음이 만들어내는 사운드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된다. 자동성과 실용성을 믿는 어른들의 틈에서 유일하게 조카의 마음을 헤아리는 윌로는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든 자가 아니라 방랑하듯 사람들을 구경하고 아이들의 장난을 지켜본다. 혹은 “다 큰 어른”이 장난이나 친다고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럴 때 윌로는 모두 뒷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그가 난처해하는 표정에 공감하기보다 그가 보여주지 않는 멀뚱한 표정과 엉거주춤한 제스처를 통해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사소한 사물과 소음으로 채워진 윌로의 세계가 단순하지만 다양한 층을 형성하고, 반복을 통해 구조화되어도 단조롭지 않은 것은 아이다움을 지닌 천진한 그의 마음과 그가 만들어낸 상황의 불협화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영화사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저씨,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늘 사고를 치는 것처럼 허둥거리는 아저씨는 음악과 제스처가 공간에서 빚어내는 마술로서의 영화를 수호하는 전령이 된다.


박인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