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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도덕주의자 안토니오 박사의 달콤한 유혹

[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보카치오 70>


<보카치오 70>(1962)은 페데리코 펠리니를 포함하여 비토리오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마리오 모니첼리 등 네 명의 쟁쟁한 감독이 참가한 옴니버스 영화다. 이들 중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졌을 법한 마리오 모니첼리 역시 60여 편 이상의 작품을 연출한 이탈리아의 중견 감독으로 2003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펠리니는 이 중에서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이라는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1962년에 만들어진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은 <달콤한 인생>(1960)과 <8과 1/2>(1963)이라는 펠리니의 대표작 중간에 위치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종종 펠리니의 소품이자 <8과 1/2>이라는 대작을 만들기 위한 습작, 혹은 <달콤한 인생>을 비난했던 도덕주의자들에 대한 야유가 담긴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영화로 이해되곤 한다(<달콤한 인생> 개봉 당시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이 상영 금지 조치를 내릴 것을 촉구하기도 하고 가톨릭 교단에서 신도들에게 이 영화를 관람하지 말 것을 권고할 정도로 이 작품은 상류층 인사들 및 도덕주의자들을 흥분시켰다). <안토니오 박사의 유혹>은 외설적인 것들을 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해 애쓰는 도덕주의자 안토니오 마주올로 박사가 집 앞에 인기 스타 아니타가 그려진 대형 우유 광고 포스터를 보면서 그녀의 환영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혼용, 억압된 성적인 욕망의 표현 등 <8과 1/2>과 유사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위선적인 도덕주의자들을 희화화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출연한 아니타 에크베르그는 1950년 미스 스웨덴에 뽑혔던 세기의 섹시 스타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대표작인 <달콤한 인생>의 주연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주연 배우인 페피노 드 필리포는 펠리니의 장편 데뷔작인 <다양한 불빛>에서 주인공인 케코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페피노 드 필리포가 1961년 <장고>의 세르지오 코르부치 감독이 만든 <토토, 페피노와 달콤한 인생>이라는 <달콤한 인생>과 유사한 제목의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홍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