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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Interview

[관객인터뷰] "넋놓고 않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와 만나고 싶다"

서울 아트시네마 관객을 인터뷰한다는 것이 사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작년 '관객 회원의 밤' 행사 때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말했듯 이곳의 분위기가 조금은 내성적인 것일까? 열에 일곱, 여덟 분에게 퇴짜를 맞는 게 현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에디터의 인상이 험하기라도 한건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 올해 첫 관객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도 잠시 순간적으로 ‘도를 아십니까?’ 인줄 알고 멈칫 하셨다고 한다. 극장 로비를 여러차례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인상 좋으신 관객 분을 탐색해 보았다. 인상 좋은 사람 찾기 레이더망에 딱 걸리신 이분!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더니 “서울아트시네마 관객입니다!” 라며 웃으셨다. 7년째 시네마테크 서울 아트시네마를 찾아주시는 홍지로 관객님. 그가 말하는 서울 아트시네마의 변천사와 친구들 영화제를 6회 모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을 여쭤봤다. 

 


서울 아트시네마를 어떻게 처음 오게 되었나? 그때의 첫인상은 무엇인가? 

2004년 최양일 감독 회고전 때 처음 알고 왔다. 최양일 회고전에서 제게 감명을 준 영화는 데뷔작〈10층의 모기〉와 <형무소 안에서>였다. 한창 하드보일드 적인 감성에 빠져있었는데 정수리를 정으로 쪼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계속적으로 서울 아트시네마를 찾게 되었다. 그때 서울 아트시네마는 아트선재센터 지하에 있지 않았나. 매우 단아한 미술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네마테크에 계속 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네마테크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나?

나에게 시네마테크란 영화를 좋아하게 만들어준 계기이자 안내자 역할을 했다. 사실, 예전만큼 열심히 다니지는 않는다. 여기서 상영되어지지 않는 영화를 DVD나 BluRay로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나의 전체적인 영화 인생에 있어서 처음 영화를 좋아하게 만들어준 소개의 통로가 되었다. 아마 이 극장에 계속 오게 되는 이유는 좋은 영화를 보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이 극장에서 겪었던 잊혀지지 않는 영화관람 체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감동적인 순간이 다시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계속 이곳을 찾게 되는 것 같다. 2005년 여름의 '로버트 알드리치 회고전'은 내게 가장 인상깊은 회고전이었다. 상영된 10편 모두를 보았다. <캘리포니아 돌스>의 상영 때였다. 여자 프로레슬러에 관한 로드 무비라는 이 영화의 한줄 설명은 사실 나의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다. 여자 프로레슬러에 관해 아는 것도 없었고 로드 무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썩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가 끝나고 있을 박찬욱 감독, 오승욱 감독과 김영진 평론가의 씨네 토크 때문에 시간을 죽이려고 보았는데, 예상외로 너무나도 재미있고 경이로울 정도로 강렬한 영화였다. 박수에서 그치지 않고 환호와 휘파람소리가 극장을 가득 매웠다. 박찬욱 감독도 그의 인생에 있어서 두 번째로 즐거웠던 극장 체험이라고 고백했다. 영화도 좋지만 이런 경험들, 그리고 같은 극장 안에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은 나로 하여금 서울 아트시네마로 계속 찾게 하는 이유다. 


 


서울 아트시네마의 친구들 영화제를 처음부터 같이 한 셈이다. 어떻게 바뀌어 온 것 같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의 추천작이 지루해지고 프로그램이 재미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점점 친구들의 추천이 예상되고, 관객들의 기대에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프로그래밍이 신선하지 못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웠다. 그러나 이번 6회에는 보다 다양하고 산뜻한 선택들이 이루어 진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 좋은 작품이 너무 많이 있어 더 볼 것이 많다. 이번에 <겟 어웨이>를 보고 느낀 진한 감흥이 굉장히 좋았다. 기존의 페킨파 스타일은 그대로 있지만 대중성을 고려한 듯 보이는 이 작품은 강렬한 두 주인공의 남녀관계를 너무나도 사무치는 현실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좋은 프린트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 추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당연히 찬성하고 당연히 만들어 져야 한다. 얼마 전에 한 시사프로그램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추진 움직임이 다루어졌다. 그때 처음으로 서울 아트시네마의 필름들이 어떻게 보관되는지 알게 되었다. 끔찍했다. 반면, 부산 시네마테크의 필름 아카이빙 환경은 부러울 정도로 너무나도 좋아 보였다. 게다가 이곳 낙원상가의 극장시설이 좋은게 아니라서 하루 빨리 전용관이 생기길 바란다. 나이가 들며 이곳 좌석이 얼마나 불편한지 느끼고 있다. 허리가 아파온다. (웃음)

 



A.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꼭 상영되었으면 하는 작품들이 있나?


오랫동안 보아온 결과, 서울 아트시네마는 감독이나 사조위주로 너무나 엄숙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 같다. 넋 놓고 앉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가 적다. 브라이언 G. 허튼의 <독수리 요새>, <켈리의 영웅들>(1970)가 시네바캉스 같은 조금은 가벼운 특별전에서 상영되었으면 한다.     


(인터뷰 진행 : 배준영,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