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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 신데렐라> 상영 후 마리노 과르니에리 감독, 연상호 감독 대담

 [2017 베니스 인 서울]


“즐거움을 추구하는 욕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 <가타 신데렐라> 상영 후 마리노 과르니에리 감독, 연상호 감독 대담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베니스 인 서울”에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상영했다. 사실 이탈리아 애니메이션 영화도 거의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오늘 자리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잠바티스타 바실레(Giambattista Basile)라는 작가의 17세기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이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1970년대의 희곡을 원작으로 삼았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마리노 과르니에리(감독) 방금 말한 것처럼 이 영화의 원작은 바실레의 『Gatta Cenerentola』이다. 처음 제작할 때는 ‘고양이 신데렐라’를 바탕으로 성인용 뮤지컬을 제작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다. 1970년대에 나온 연극 버전의 『Gatta Cenerentola』는 표현 수위가 높고 세속적인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 역시 그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또한 이 연극에는 나폴리 방언이 많이 나오는데 <가타 신데렐라>에도 그 대사들을 최대한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다. 

김성욱 나폴리를 배경으로 했지만 영화의 중심 공간은 배 안이다. 배뿐 아니라 배 안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이미지들을 보여주는 게 흥미로웠다. 이런 설정을 어떻게 처음 떠올렸는지 듣고 싶다. 

마리노 과르니에리 연극 『Gatta Cenerentola』는 기본적으로 바실레의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일이 배 안에서 일어나는 걸로 바꾸었다. 영화 속 배는 하나의 은유로 볼 수 있다. 나폴리는 오래된 도시인 동시에 여전히 큰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항구에 정박한 배는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나폴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만든 20여 명의 스탭들은 거의 30~40대이다. 이들은 <스타워즈>를 보며 자랐는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홀로그램 같은 공상과학적 측면을 반영하려 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이런 공상과학적인 요소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시간적 요소를 모호하게 만들려고 했다. 

김성욱 <가타 신데렐라>를 상영하기로 하면서 연상호 감독을 먼저 떠올렸다. 지난 ‘친구들 영화제’에 연상호 감독이 곤 사토시 감독의 <동경 대부>를 추천했었는데, <가타 신데렐라>에서 곤 사토시 감독의 느낌을 받았다. 오늘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연상호(감독) 사실 이탈리아 애니메이션을 많이 못 봤다. 이탈리아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유럽의 그래픽 노블이 떠오르는 훌륭한 색상과 조명 사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건 내가 이탈리아를 가본 적도 없고 나폴리도 어떤 도시인지 모르지만 어렴풋하게나마 나폴리가 어떤 도시인지 느끼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방금 이야기한 <동경 대부>도 관광지와는 다른 동경의 느낌을 노숙자의 시선에서 영화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내가 만든 <서울역>에도 노숙자를 출연시키고 경찰들이 물대포를 쏘는 장면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비록 애니메이션이라 하더라도) 한 도시의 풍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 본 유럽 국가의 ‘아트 계열’ 애니메이션 중에는 3D를 이용한 툰쉐이딩(Toon Shading) 기법을 쓴 작품들이 많다. <가타 신데렐라>에는 툰쉐이딩뿐 아니라 그 위에 덧입혀진 작업들이 많아 보인다.  

마리노 과르니에리 이 영화는 전부 3D로 만들었다.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 프로그램은 ‘블렌더(Blender)’라는 프로그램인데 누구나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블렌더로 만든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골격을 만든 다음 평면에서 렌더링을 했다. 그리고 여기에 조명과 그림자를 추가하며 작업을 해나갔다.

관객 1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인물과 내가 춤을 추는 느낌을 받았다. 열정적인 무도회에 다녀온 것 같다. 특히 밀고 당기는 느낌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느낌과 비슷했다. 이 움직임의 리듬을 어떤 느낌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마리노 과르니에리 나폴리는 물과 바다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나폴리 사람들은 스스로를 ‘바다의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이며 바다를 볼 때마다 어디서든 ‘여기가 내 고향이다.’란 느낌을 받는다. 나폴리 사람의 어린 시절 역시 바다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창밖으로도 물과 바다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등. 그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당기고 놓아주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바다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고, 말한 것처럼 춤의 리듬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관객 2 영화를 보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생각났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마리노 과르니에리 이 영화는 4명이 함께 만들었는데 다들 나이가 35~40살 사이다. 우리 세대는 <스타워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이 작품들에게서 단순히 만화적 측면뿐 아니라 전체적인 시각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중요한 건 네 사람의 서로 다른 경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고, 그걸 다시 새롭게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처럼 부모를 닮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닮지 않을 수도 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연상호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끼리는 그냥 잘 통하는 게 있다(웃음). 지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앞으로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한국에 왔을 때도 그 얘기를 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도 투자를 못 받아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 그리고 요즘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활발히 작품을 제작하고 상영하는데, 애니메이션도 꽤 많이 상영한다. 이제 프랑스나 유럽 쪽의 애니메이션을 접하기도 쉬워지고 있다. 혹시 이런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작업을 하실 계획도 있는지 궁금하다. 

마리노 과르니에리 유튜브 등 많이 알려진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많은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미래는 사실 말하기 어렵다. 대신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하는 욕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 자체를 잘 알아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물론 경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즐거움을 향한 욕구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 지금도 <가타 신데렐라>를 만들었던 네 사람이 다시 모여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탈리아에서도 한국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연상호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다. 곧 그런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일시 12월 15일(금) 오후 7시 30분

정리 김혜령 관객에디터

사진 김보년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