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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인터뷰

“영화가 예술이자 문화라는 개념이 필요한 때 같다”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자원봉사자 박연지 양을 만나다!

낮이나 밤이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지키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열정만으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영화 상영 전후, 그리고 시네토크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언제나 친구들 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들은 극장 안팎을 바삐 뛰어다닌다. 그들이 있기에 영화를 좀 더 편안히 관람하고, 다채롭게 마련된 행사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총 8명의 자원봉사자 친구들 중 대학생 박연지 양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강민영(웹데일리팀): 우선 친구들 영화제 자원봉사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박연지(자원봉사자): 친구들 영화제는 작년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는데 그때 영화관에 자주 오면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을 봤다. 그래서 나도 ‘아, 내년에 친구들 영화제가 열리면 여기에 지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공지를 보아서 하게 된 거다.

민영: 보통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은 영화를 잘 못 보지 않나.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제에 자원봉사 하는 친구들은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하더라.

연지: 그런 생각은 이미 하고 있었다. 각오하고 있었던 거다(웃음). 자원봉사 업무 중에 상영관 관리도 포함되어있어서 이틀에 한 편, 가끔 하루 한 편 정도는 볼 수 있다. 한 영화 당 한 명씩. 음식 드시는 분이나 뒤에 서 계신 분들 자리 안내하고 그런 일을 한다. 거의 그냥 영화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 편도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이다(웃음).

 

기간 길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고 좋다!

 

민영: 지금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들은 총 몇 명인가.

연지: 처음엔 9명 정도 뽑았는데 영화제 시작하기 직전에 한 분이 심하게 다치셔서 지금은 8명이 참여하고 있다.

민영: 자원봉사자들의 하루일과가 궁금하다.

연지: 영화제 기간이 약 45일가량 되는데 자원봉사자들 한 사람당 극장에 나오는 날은 22일 정도다. 평일엔 4명, 주말이 끼어 있는 금, 토, 일은 5명씩. 하는 일은 딱히 많지 않다(웃음). 그래서 심심할 때도 많다. 회원라운지 관리나 2010년 친구들 영화제 카탈로그 판매, 예매티켓도 찾아드리고 시네토크가 있는 날엔 테이블이나 마이크 세팅 등의 일을 한다. 영화관 끝날 때 쓰레기 치우고 전반적인 극장 관리를 한다. 사람이 많아 매표소가 바쁠 때는 매표에도 한 명 들어가 이런저런 잔심부름도 하고 있다.

민영: 친구들 영화제가 한 열흘 남짓 지났다. 그동안 특별한 사건들이 있었나.

연지: 사실 극장 자체가 워낙 조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대체로 그런 사건들은 옆 상영관인 허리우드 클래식에서 주로 파생되는 것 같다(웃음). 할아버님들이 계속 로비 주위를 서성이시다가 가끔씩 말을 거신다. 오늘도 그랬다. 할아버님들이 상영작을 스윽 보시고 ‘너희 트로츠키가 뭔지 아냐’ 시작하시다가 갑자기 소련에 대한 이야기 하시다 또 갑자기 나노기술이야기를 하시기도 하고. 가끔씩 있는 일이지만 재밌기도 하다.

민영: 친구들 영화제 말고 다른 영화제 자봉경험도 있으신지.

연지: 저는 없는데 같이 자봉하는 분들 중엔 경험자들이 있는 편이다. 기간은 길지만 다른 곳보다 일이 확실히 쉽고 해서 다들 좋아하신다.

 

<무셰트>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적

 

민영: 시네마테크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인가.

연지: 2008년 여름 시네바캉스 행사 때다. 대학에 입학하고 영화동아리에 가입했는데 영화 동아리 사람들에게 서울아트시네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시네바캉스에서 서울아트시네마를 처음 찾는 관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영화들을 상영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때 왔다.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를 보고 빌리 와일더 영화를 보면서 참 재밌는 곳이구나 생각해서 종종 찾았다.

민영: 시네마테크를 처음 찾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중에 마음에 남았던 영화가 있다면.

연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작년 친구들 영화제 상영작이었던 <무셰트>. 마지막 장면이 정말 자주 떠오른다. 베르톨루치 영화에서도 나온 장면이다. 아이가 죽는데 그 장면을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각기 다른 위치에서 나눠서 잡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한 번에 아이를 죽이지 않고 두 번 세 번에 걸쳐 죽게 만드는데 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민영: 보통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연지: 영화 보게 된지 얼마 안 되어서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영화 처음 본 게 2008년부터니까. 동아리 때문에 보기 시작한 거고 그 전까진 거의 몰랐다.

민영: 개인적으로는 영화 동아리에 들어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선후배들이나 동기들이 영화를 추천해주는지 또 해준다면 대부분 어떤 영화를 많이 추천하는 편인지 궁금하다.

연지: 주로 선배들에게 추천받는다. 영화 동아리에 기획 같은 게 있는데 예를 들어 아메리칸 뉴시네마에 관해 기획이 나오면 그와 관련된 영화들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고 그런다. 동아리방에 있는 사람들끼리 시간이 맞으면 서울아트시네마로 단체관람도하고 그런다. 동아리에 영화를 잘 아시는 분이 계셔서 수혜를 많이 받았다.

 

박찬욱 감독이 너무 좋아!

 

민영: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영화들을 선택한 감독 중에 좋아하는 감독이 있나.

연지: 박찬욱 감독 너무 좋아한다.

민영: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그럼 다 보았겠다.

연지: 전작 다 봤다. 그런데 이번 추천영화 <쳐다보지 마라>는 아직 못 봤다. 그날 일을 하고 있어서.

민영: 친구들 영화제 상영작 외에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들이 있는지.

연지: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제일 좋았던 영화는 역시 <무셰트>. 그 영화가 너무 강렬해서 뭘 하더라도 그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민영: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가.

연지: 브레송 영화는 <무셰트>가 처음이다. 다른 작품을 보진 못했다. 얼마 전에 <브로뉴 숲의 귀부인> DVD를 선물 받았는데 아직 못 봤다. 그 외의 감독들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고 스탠리 큐브릭, 하워드 혹스, 버스터 키튼 등을 좋아한다.

민영: 모두 시네마테크에서 여러 번 상영을 가졌던 감독들이어서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지난 번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때도 사람 정말 많았었는데 혹 참여했었나.

연지: 그때 큐브릭 영화들을 못 봐서 아쉽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꼭 극장상영으로 보고 싶다.

민영: 박찬욱 감독 이야기를 잠시 더 하고 싶다. 박찬욱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했는데, 어떤 작품,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이었는지.

연지: <올드 보이>도 좋았는데 작년 <박쥐> 나오고 난 후 완전 매료 돼서 박찬욱 감독 전작 상영할 때 다 봤다. 방학 때 친구들과 박찬욱 감독의 전작을 모두 보는 소모임을 했는데, 그때 자료원가서 보고 그랬다. 전작을 다본 유일한 감독이다. 영화가 웰메이드라는 느낌이 강하고 워낙 영화를 만드는 스킬이 탁월한 것 같다. 처음 영화 볼 때 그런 것들이 보여서 훌륭한 감독이라 생각했다. 되게 지적이기도 하고 또 그런 게 영화에서 많이 보이더라. 그리스 비극 옛날 작품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민영: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항상 미장센이 감독의 통제 속에서 쌓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청나게 미학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와 비슷한 장르적인 영화들을 주로 좋아하는지.

연지: 그런 것 같다. 큐브릭 영화 좋아하는 것 보면, 확실히 감독에 의해 완벽하게 만들어지고 감독의 손을 많이 타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시네마테크, 이대로라도 서 있길!

 

민영: 자원봉사하면서는 ‘친구들 영화제 완전정복’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연지: 웬만한 건 다 챙겨보려고 한다. 꼭 보고 싶은 건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 전작상영이다.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존 워터스의 <디바인 대소동>도 보고 싶다. 얼마 전에 동아리 MT가서 피터 잭슨의 <고무인간의 최후>를 봤는데 그 영화를 누가 식 중에 보라고 추천하더라.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멍청하진 않았다(웃음). 낄낄거리면서 좋아했다.

민영: <고무인간의 최후>를 식 중에 본다면 정말 최악이었겠다(웃음). 원래 공포영화나 슬래셔무비도 좋아하나.

연지: 잘 못 보는데 요즘 들어 구미가 당긴다(웃음). 예전엔 저거 왜보지 했는데 요즘 들어 특히 눈길이 간다. ‘차밍 포인트’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궁금한 점들이 많다.

민영: 근데 그게 진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는 마성의 세계인 것 같다. 중학교 때 스너프필름이나 슬래셔무비를 엄청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데, 주변에 나와 비슷한 영화 취양을 가진 친구들이 별로 없어 서글프다(웃음).

연지: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지난여름에 으악 소리 지르며 관람했다. 차라리 <고무인간의 최후>는 완전 말도 안 되는 장르여서 현실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더 재밌게 봤던 듯하다.

 

민영: 예전에 이야기 잠깐 나눴을 때 시네마테크 문제를 물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 당장 몇 개월 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시네마테크 사태에 대해 알고 계시니까 이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연지: 자세하게 행정 쪽을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 전용관이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얼마 전에 영진위원장이 개막식에서 말한 것이나 서울시 입장에서 봐도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여기라도 유지가 된다면 좋겠다. 당장 임대료랑 활동비를 모으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럴만한 금액도 아니지 않나. 정치계와 타협을 보거나 협상을 빨리 해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대로라도 공간이 유지되었으면 정말 만족하겠다. 영화가 예술이고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없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이 이런 공간에 관해 알고 응원해주면 도움이 될 텐데 그런 게 너무 없으니까 아쉽다. (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