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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마이클 파웰&에머릭 프레스버거 특별전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가능한가 - <분홍신> [마이클 파웰 & 에머릭 프레스버거 특별전]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가능한가 - (1948)은 약 17분간의 동명 발레 상연 시퀀스로 이름 높다. 그런데 이 발레극이 실제 무대에서 상연되는 것이라 가정할 때 의아한 부분이 생긴다. 비키가 구두공에게 분홍신을 건네받는 장면은 분홍신이 비키의 발에 저절로 감겨진 것처럼 표현되는데, 이렇게 느껴진 이유는 영화적 기법인 점프컷을 통해 신발 착용 전후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즉, 발레 시퀀스는 무대극으로서의 발레가 아니라 ‘영화화된 발레’를 보여준다. 날이 어둑해져 집으로 돌아가려던 비키가 분홍신의 마력에 사로잡히는 장면은 더 이상하다. 마력은 사람의 형상을 한 검은 그림자로 표현되는데, 번뜩이는 조명에 의해 드러난 그것의 실체는 발레극의 내적 맥락과는 무관한 발레.. 더보기
파웰이 완성한 자기만의 방 - <피핑 톰> [마이클 파웰 & 에머릭 프레스버거 특별전] 파웰이 완성한 자기만의 방 - 마이클 파웰의 의 마지막 시퀀스는 아무리 봐도 꺼림칙하다. 카메라 뒤에 숨어 충동적인 살인을 일삼던 주인공은 좋아하는 여자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돌연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예상한 대로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며 총검 달린 카메라를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진다.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대목은 그가 자기 목에 총검을 찔러 넣기 직전, 카메라를 향해 죽기가 두렵다고 말하면서 두려워서 기쁘다고도 말하는 순간이다. 늘 얼마간 경직돼 있는 그의 얼굴에는 공포도 희열도 희미하게만 어른거린다. 이렇게 작정하고 작위적인 비극적 결말 앞에서는 안타까움도 안도감도 느끼기 어렵다.1960년 개봉 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