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포르투갈 영화제 - 포르투갈의 여성 감독들]


<돌연변이>(테레사 빌라베르데, 1998)



포르투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거의 일 년간 리서치를 진행한 테레사 빌라베르데는 자금 문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없게 되자 곧바로 픽션을 쓰기 시작한다. 그 결과 그녀의 세 번째 장편인 <돌연변이>가 만들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아이들(안드레아, 페드로, 리카르도)은 모두 조금씩 다른 이유로 일반적인 가족관계 안에 붙어있지 못한 채 시설에 들어간다. 그리고 관객은 영화가 시작한 지 꽤 지난 후에야 안드레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아이의 아빠와 만나기 위해 시설을 빠져나오고, 다시 돌아갔을 땐 오히려 쫓겨난다. 한편,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인 페드로와 리카르도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시설을 나와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아이들의 여정엔 누군가와 결속하고자 하는 욕망이 새겨져 있다. 부모는 그들을 쉽게 포기하고, 친절을 베풀던 타인은 어느 순간 다시 그들에게 선을 긋는다. 시간이 흘러 출산이 임박할수록 안드레아의 유일한 유대 관계는 배 속의 아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바라보기조차 고통스러운 공중 화장실 장면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나면 그녀는 결국 완전히 혼자 남는다. 페드로 역시 알고 지내던 여성의 집에 머물게 해달라며 결속에의 욕망을 드러낸다. 영화의 끝에서, 모종의 상실을 경험한 페드로는 일을 나가는 다른 아이에게 가지 말라고 말한다. 잠시 멈춰 서 있던 그가 문을 닫고 나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돌연변이>는 타인과 함께하고 싶지만 누구와도 결속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테레사 빌라베르데는 <돌연변이>를 자신의 것이 아닌 아이들의 영화라고 말했다. 안드레아 역의 배우(아나 모레이라)를 제외하곤 모두 실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의 가장 밝은 순간과 가장 처참해지는 양극단의 순간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의 후반부, 텔레비전 화면을 담는 장면에서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손이 보인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손은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멀리 떨어져서 볼(tele-vision)’ 수밖에 없는 자의 뒤늦은 애도처럼 느껴진다.


황선경 관객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