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네바캉스 서울]


어느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에 대한 매혹

- <페노메나>

 

여기 눈을 뗄 수 없는 고혹적인 소녀 한 명이 있다. 길고 검은 머리칼과 살짝 홍조를 띤 하얀 피부가 대조를 이루는 그녀의 얼굴에는 또래보다 조숙한 분위기를 넘어선 초월적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다. 기품 있는 미소녀 제니퍼(제니퍼 코넬리)는 <페노메나>의 도입부에서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의 머리가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전시된 다음 등장한다. 이후 차 안에 날아다니는 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는 제니퍼의 얼굴은 어느새 클로즈업으로 잡혀 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니퍼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수 있다면 그건 잦은 횟수로 등장하는 제니퍼의 바스트 숏이 갖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빼어난 외모의 주인공을 탐미하는 과정에서 바스트 숏이 자주 노출되는 건 납득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페노메나>의 경우, 부패한 얼굴이나 벌레 떼의 공격, 날카로운 흉기에 찢겨나가는 얼굴들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이 번갈아 등장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발견한 시점부터 극 중 제니퍼의 얼굴(혹은 상반신)이 여러 상황과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제니퍼가 처한 수난이 극한에 도달할 때 그녀를 성녀의 형상에 가깝게 연출하는 화면이 등장하곤 한다. 예를 들어, 곤충과 교감할 수 있다고 말한 제니퍼를 학생들이 조롱할 때는 카메라가 트랙인(track-in)으로 들어가고 환한 조명은 그녀의 상반신을 비춘다. 이때 창밖으로 벌레 떼가 몰려들지만 그 기세가 맹렬해질수록 후광과 함께 빛나는 소녀의 미소는 자신감 이상의 힘을 얻는다. 또한 밤에 학교를 나갔다는 이유로 뇌파 검사를 받는 제니퍼의 얼굴 역시 가시 화관을 쓴 성녀를 연상시킨다.

연쇄 살인범은 소녀들의 머리를 잘라내고 시체를 보관한다. 제니퍼를 동경하고 질시하는 범인은 제니퍼의 육체 역시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녀의 머리를 베어내는 데는 실패한다. 한편, 공포에 질린 소녀들의 뒤를 쫓던 카메라 역시 다른 방식으로 제니퍼를 탐미하고 소유하려 한다. 제니퍼를 성녀의 형상으로 표현하는 장면뿐 아니라, 그녀가 변호사에게 전화하거나 버스를 타고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도 제니퍼의 바스트 숏은 가장 먼저 대두하며, 결코 빠지는 경우가 없다. 이로 인해 관객은 그녀의 장밋빛 볼과 단정한 이목구비, 커다랗고 깊은 눈동자를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다만 제니퍼의 전신이 부각되는 예외적인 시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그녀가 학교를 탈출해 하얀 원피스를 입고 브루크너 선생의 집으로 향할 때다(이는 <킬, 베이비... 킬!>(마리오 바바, 1966)에 등장하는 하얀 옷의 소녀를 상기시킨다). 여기서 ‘지알로’의 선구자 마리오 바바를 계승하는 아르젠토는 지알로 영화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배우를 자신의 세계 안에 위치시키는 방식에 있어 차이를 드러낸다. 바바가 <사탄의 가면>(1960)에서 바바라 스틸의 얼굴에 쇠못을 박으며, 즉 그녀의 신체를 파괴하며 자신만의 괴기의 미학을 추구하는 데 주저가 없었다면, 아르젠토는 제니퍼 코넬리의 얼굴에 흠 하나 내지 않는다. 또한 극 중 연쇄 살인범이 머리를 잘라내는 것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 쾌감을 느꼈다면, <페노메나>의 카메라는 프레임을 제니퍼의 얼굴에 고정하면서 매혹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아르젠토의 세계에 초대된 제니퍼는 아름다움과 괴기라는 양극단에서 아름다움의 축을 이끌면서도, 결과적으로 괴기라는 반대항이 보다 강하게 들끓도록 자극하는 존재이다.


권세미 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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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