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영화 신작전]


특수성은 어떻게 보편성이 되는가

-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정윤석)



“본 영화는 전체적으로 볼륨이 균일하지 못함. 당신의 불편함을 통해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은유하려는 영화적 시도.”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이하 <밤섬>)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글은 영화가 다루는 2인조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이 그들의 1집 『서울불바다』 앨범 속지에 적어놓은 ‘사과에 말씀’(“전 트랙에 걸쳐 볼륨이 평등하지 못함. 이는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표현하려는 (청자를 불편케 하는) 음악적인 시도임.”)을 차용한 것이다. 이때 감독 정윤석이 연출자로서 취하는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윤석은 밤섬해적단의 몇몇 특성을 끌고 들어와 영화에 차용한다. 가사를 적은 PPT를 띄우며 공연하는 밤섬해적단의 방식은 영화에서 스크린을 꽉 채우는 역동적인 타이포그래피로 번역된다. 말하자면 정윤석이 <밤섬>에서 취하는 첫 번째 연출적 태도는 이 밴드와 동화(同化)되는 것이다. 영화는 그들의 행동을 따라하면서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된다.

밴드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음악을 최대한 ‘그들답게’ 보여주는 것이 <밤섬>의 전반부를 거의 채운다. 그런데 한순간 밤섬해적단과 영화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종훈 교수가 권용만의 시를 예술적인 기준에서 평가하는 대목이다. 이때 밤섬해적단은 그들 자신 혹은 그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들이 아닌 완전한 외부의 입장에서 얘기된다. <밤섬>에서 무척 이질적인 장면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궁금해진다. 어째서 이들 음악에 대해서 평론가의 말을 듣는 장면이 필요했을까.



김종훈 교수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밤섬해적단이 직접 말하지 않는 그들 음악의 성격이다. 그는 권용만의 시가 가진 특성 중 하나로 “나아가야 할 때 멈추는 것”을 말한다. 밤섬해적단의 가사는 사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을 자유. 이 자유는 박정근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을 겪으며 침해당하고 만다. 권용만이 법정에서 해야 했던 증언이 그와 밤섬해적단의 정체성을 강제적으로 규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느냐는 감독의 질문에 박정근은 그렇다고 답한다. 영화가 김종훈 교수의 인터뷰 장면을 넣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밤섬해적단에 동화되는 것만으로는 이 밴드가 직면한 국가의 강압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 <밤섬>은 달, 그림자, 밤거리 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밤섬해적단의 정신성을 담는 듯한 이 이미지들은 늦은 밤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으로 옮겨간다. 잠시 후에는 장성건이 택배 일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사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는 어떤 피해와 수고가 따르는가. 국가의 행동권 침해는 각기 다른 형태로 어디서든 일어난다. 영화는 밤섬해적단 그 자체를 스스로 체화한 후 잠시 그들과 거리를 두어 사회를 비판하며, 일순간 이들의 특수성을 우리 모두의 보편성으로 확장한다. 감독 정윤석이 이와 같은 동화와 분리의 방법을 통해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건,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밤섬해적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황선경 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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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