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연고 없는 두 남자 잭(Zack)과 잭(Jack)은 각자 알 수 없는 모략에 빠져 우연히 같은 감옥에 수감된다. 곧이어 이탈리아인 밥이 이 감옥에 수감되면서 세 사람의 탈옥이 시작된다. 짐 자무시의 <다운 바이 로>는 이 세 사람 사이의 대조와 유사성을 비교적 명확한 구도를 통해 보여준다. 미국인인 두 남자 잭(Z)과 잭(J)은 그들의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유사한 듯 다른 인물들이다. 그들이 각각 다른 사건이지만 감옥에 누명을 쓰고 들어왔다는 점, 영화의 초반 연인과의 관계 안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 등,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으로 묶이게 된다. 사실 이들과 정반대의 면을 보여주는 인물은 이탈리아인 밥이다. 수용소 철장에 나란히 선 세 사람이 자신이 잡혀온 연유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얘기하는 두 사람과 달리 밥은 돌연 나는 살인을 저질렀거든이라고 말한다. 그의 과거는 영화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 말의 진위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찌됐든 밥은 약간은 소극적이어 보이는 두 명의 미국인과는 다르다. 그는 (그의 말에 따르면) 살인을 저질러 감옥에 들어왔고, 세 사람이 탈옥을 감행하게 되는 주동자이며, 추위에 떠는 잭(Z)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잭(J)을 대신해 불을 피우고 토끼를 잡아 굽는다.

 

두 명의 미국인이 가진 소극적인 태도는 그들이 추구하는 독립성과 연관된다. 종국에 인적 드문 식당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성과 함께하기로 하는 밥과 달리, 잭과 잭은 홀로 걸어가는 길을 택한다. 밥은 떠나려는 두 사람에게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누군가와 함께 지낼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엔딩에서 영화는 잭과 잭이 따로 걸어가는 두 갈림길의 단순하고 명확한 구도를 보여주면 끝난다. 조금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인물들이 자신의 독립성을 강조할 때 동시에 두드러지는 것은 그들 사이의 유사성이다. 그리고 자무시는 두 인물의 유사성, 그리고 그들과 대립되는 밥의 모습을 또 다른 장치를 통해 드러내는데, 이는 언어의 기표라고 할 수 있다.

 

영어가 서툰 밥은 초반에 잭(Z)과 잭(J)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이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감지되지 않는 유사한 기표의 차이이며, 따라서 밥이 갖고 있는 두 사람과의 근본적인 상이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탈옥한 세 사람이 강을 건너야 했을 때, 수영을 하지 못하는 밥은 홀로 강가에 남아 이탈리아어로 절규한다. (자막이 제공되지 않는 한에서, 절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장면에서 밥은 꽤나 긴 이탈리아어 독백으로 영어권 관객들에게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때 이탈리아어로 제시되는 밥의 독백은 그 뜻은 정확히 전달되지 않고 언어는 기표로서만 남는다. 감옥에서 세 사람이 ‘I scream’‘ice-cream’의 발음의 유사성을 가지고 합창하는(“I scream-a, you scream-a, we all scream-a for ice cream-a”) 유쾌한 대목에서 언어의 쓰임 또한 비슷하다. 이 장면에서 합창은 순식간에 이 감옥의 모든 수용소로 확장된다. 처음 잭(Z)이 수용될 때의 트레킹 쇼트를 통해 딱 한 차례 보이는 다른 방의 수용자들은 이때 마치 잭(Z)과 잭(J)의 복제된 인물들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각자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한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네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갈게라는 말을 끝으로 이 두 사람은 미련 없이 헤어진다. 밥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압도된 듯 보이던 두 사람이 유일하게 고집하는 한 가지는 서로 함께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영화가 엔딩에 이를 때, 우리는 두 미국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방식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황선경 | 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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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