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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 ' KU 시네마테크/시네마트랩'

시네마테크의 극장 친구들과 예술영화관의 현재를 말하다 


2015년, 영진위는 예술영화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이라는 신정책을 강행했다. 독립예술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시행된 이 정책은 기존의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기존의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이 예술영화관의 공공성을 인정해 극장을 지원하고 그들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을 존중한 것과 달리, 신정책은 극장의 자율적 작품 선정을 부정하고 영진위가 선정한 작품을 상영할 때만 지원을 한다는 선별 정책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영진위가 직영하던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가 지난해 말 폐관했다. 그리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사업은 실패로 끝났고, 여전히 예술영화관, 독립영화관에 대한 지원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의 대표적인 예술영화관 관계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예술영화관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위기는 새로운 기회다

◆ KU 시네마테크/시네마트랩 ◆


관객에디터 어떻게 학교에서 극장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김정호(KU시네마 대표) 원래 디지털시네마를 제작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디지털시네마가 처음 도입될 때 영화 만드는 제작 환경도, 상영하는 극장도 다들 어려워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영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건대 쪽에 공간이 있는 걸 알았다. 학교 안에 이런 극장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의미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움을 드렸고, 그러면서 학교와 관계를 처음 맺었다. 그 뒤 학교 측에서 어느 정도 기간을 줄 테니 운영을 해보라고 했다. 수익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 임대료를 낮게 해주는 형태였다.

인건비나 프로그램은 우리가 전부 부담한다. 학교 측에서도 극장을 관리하려면 어차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걸 대신 해주는 거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그림이다. 특히 학교 입장에서는 퍼블릭액세스가 가능한 공간으로 극장만 한 곳이 없다. 그렇게 시작을 했다. 물론 운영이 쉽지는 않다.

관객에디터 그동안 대학 안의 시네마테크로서 가장 크게 이룬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정호 5년을 버텼다는 것이다. “예술영화관은 5년만 유지해도 성공이다.”라는 말이 있다. 극장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다. 국가의 지원금이라는 것도 뻔하고 우리가 수입이나 배급을 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지금 대부분 예술영화관은 수입과 배급을 같이 하는 곳이다. 우리끼리는 “멍석을 깐 사람은 멍석에 올라가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수입과 배급을 하면서 극장을 운영하면 어느 정도는 자기 영화 위주로 프로그래밍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했고, 영화관 자체만을 지키려 했다. 또 학교 안에 있다 보니 비상업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우리의 가장 큰 자부심이다.


관객에디터 관객 구성은 어떤가?


김정호 건국대(KU 시네마테크)는 주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온다. 고려대(KU 시네마트랩)는 지리적 특성상 주변에 마땅한 극장이 없어서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던 차이다. 프로그래밍도 조금 다르게 한다. 건대는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더 많이 하고, 고대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고민한다. 특히 건대는 40대 이상 여성분들이 많이 오신다.

의외로 영화과가 있는 학교가 영화를 더 안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라는 게 일상적인 문화가 되면 좋겠는데 지금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으로 스며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관객에디터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김정호 학생들을 위해 단편영화 기획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시네마테라피’가 있다. GV 행사를 오전에 하는 것도 생각해 본 적 있다.

관객에디터 제일 반응이 좋았던 기획전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홍유진(프로그래머) 시네마테라피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감독전에 대한 관심도 많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전이나 왕가위 특별전에 관객이 많이 왔다. 배우전도 하고 있다. 아까 대표님이 말한 것처럼 기획전이나 특별전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매주, 혹은 매달 주제를 바꿔가며 진행하려 한다.



김정호 “CONTEMPORARY WEDNESDAY”처럼 오래 기획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관객분들의 반응이 없어도 꾸준히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전 준비는 후원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그래도 일단 하나를 시작하고, 이 모델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설명한다. 보람이 있다. 덕분에 힙합영화제, 인문학 강연 등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예술영화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단지 ‘극장’으로 제한되기보다는 이 공간에서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간 자체는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것이니 여기에 전자음악을 하는 분도 오고 힙합을 하는 분도 오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극장 뒤쪽에 피아노도 있다. <시티 라이트> 연주 상영도 했었다. 좋은 피아노를 어렵게 구했다.  

홍유진 연주 상영을 매년 할 줄 알고…(웃음).

  

관객에디터 ‘세븐 쿠폰’의 디자인이 예뻐서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김정호 영화를 본 행위를 기념할 수 있는 특별한 굿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마다 디자인을 다 다르게 한다. 그래서 지금 도장이 300개가 넘는다. 시간이 흐르니 이것 자체가 큰 기념이 되더라. 도장을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홍유진 관객들이 티켓 모으는 걸 좋아한다. 처음에는 티켓 자체를 전부 다르게 만들려고 했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해서 쿠폰으로 했다. 예전에는 쿠폰을 수거했었는데 이걸 모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은 확인 도장만 찍고 다시 관객에게 돌려준다. 어머니 관객들도 이 쿠폰을 좋아하신다.

김정호 항상 고민인데, 극장의 정체성을 만드는 게 어렵다. 세븐 쿠폰은 의도한 건 아닌데 여기까지 왔다. 매사에 신중해야겠다고 느꼈다(웃음).




 

관객에디터 극장 시설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다. 창작자가 의도한 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기사를 봤다.

김정호 창작자가 의도한 대로 보여준다는 목표는 시작할 때부터 갖고 있었다. 약 십 년 전만 해도 만들어진 영화와 상영되는 영화의 갭이 정말 컸다. 배급사의 ‘편리’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도 있었다. 화면비를 안 맞추고, 마스킹을 안 하고, 감마값을 안 맞추는 식이었다. 창작자는 화면의 아주 작은 부분에 있는 어두움까지 고민을 한다. 아주 사소한 부분도 보이냐 안 보이냐를 신경 쓴다. 그런데 정작 상영을 하면 극장에서 그런 부분을 지키지 않는다. 사실 마스킹은 영사기사들에게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다. 일일이 영화마다 수동으로 마스킹하면 고장도 잦다. 하지만 마스킹은 당연히 해야 한다.

우리는 아무래도 디지털 후반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관행이 돈이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몰이해의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일단 영사기나 스크린을 선택할 때 최선을 다한다. 5, 6년 전에는 4K 시스템을 갖추는 예술영화관이 없었다. 실질적 비용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냥 단순한 관행으로 4K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업체 쪽에서는 스크린이나 영사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영화가 똑같다고 한다. 하지만 테스트를 하면 큰 차이가 난다. 우리가 돈이 남는 게 아니다. 꼭 필요한 곳에는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처음 3D 붐이 일어날 때도 그랬다. 3D 상영용 스크린은 2D 스크린보다 더 밝은 화면을 보여준다. 3D 영상의 밝기가 2D의 절반 정도기 때문에 그걸 보상하려고 빛 반사가 훨씬 잘되는, 게인(gain)이 높은 실버스크린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3D용이라서 일반 2D 영화를 여기에 상영하면 블랙이 다 뜬다. 일반 멀티플렉스에서 블랙이 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체 영화의 5%도 안 되는 3D 때문에 2D 영화에서 손해를 보는 스크린을 선택한다. 이게 자본의 논리다. 우리는 실버스크린이 아니라 매트스크린 중에서도 게인(gain)이 낮은 것을 쓴다. 이게 반사각도 괜찮고 블랙의 차이가 덜하다. 전달받은 상영 마스터가 잘못된 경우에도 배급사에 전화한다. 초반에는 “왜 당신들만 뭐라고 하냐”면서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헤이리 시네마” 설계에 우리가 참여했다. 기존 극장들을 보며 왜 서버는 이것을 써야 돼? 왜 스크린은 이래야 해? 왜 의자는 이래야 돼?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모두 깨고 싶었다. 누구나 한계는 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단, 목적은 영화를 원래 의도대로 상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극장에 오신 분들은 특히 사운드에 많이 만족해 주신다.


관객에디터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에 남다른 철학이 있는 것 같다.

김정호 모바일로 영화를 보는 시대가 됐다.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그 자체로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봐야 느낄 수 있는 영화의 면들이 있다. 물론 그걸 의도적으로 포기하고 다른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존재와 가치를 아예 모르는 건 다른 문제다. 우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의 매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싶다.

우리는 건대와 고대 양쪽에 모두 필름 상영 세팅을 해놓았다. 틈나는 대로 필름 상영을 하려고 한다. 고대 시네마트랩에는 키노톤 영사기를 2대 설치했다. 릴-바이-릴 상영을 할 수 있고 프레임도 조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이건 우리의 의지의 표현이다. 언제든 필름 상영을 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나 다른 예술영화관과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에디터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후 어떤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정호 더욱 근본적인 질문이 있으면 좋겠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극장을 그들이 필요한 방법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예술영화관들이 공통으로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이 사이트를 통해 공통으로 예매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작은 극장들은 그런 걸 운영할 여력이 없어서 블로그를 만드는 식인데, 이런 것만 지원을 받아도 정말 힘이 날 것 같다. 예술영화관 운영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도 물론 있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프로그래밍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어떤 좋은 기획을 한 다음 영화를 가져오려고 하면 개별적으로 일일이 진행을 해야 한다. 이런 노고가 줄면 좋겠다. 몇백만 원 주고 영화 한 편 들어와서 관객은 서른 명이 온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좋은 기획이 있어도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가령 영진위가 일정한 금액의 저작권료를 공탁해 기금을 모은 뒤, 극장 측은 프로그래밍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수많은 극장이 자기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관객에디터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단독 상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화 배급과 상영의 겸업 금지법이 제안되기도 했다. 이 두 사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호 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하는 건 대형 극장이나 작은 극장이나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아까 이야기했지만, 멍석을 깐 사람이 멍석 위에 올라가면 안 된다. 그것을 ‘선택과 집중’이나 ‘소비자의 권리’ 같은 근거로 진행하면 예술영화관 운영이 너무 힘들어진다.

그리고 소위 ‘독점 상영’의 경우에는 예술영화관 같은 작은 극장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불공평하다. 예술영화관에 무슨 다른 힘이 있어서 배급사를 설득하고 상영을 할 수 있겠나.

관객에디터 등급분류에 대한 문제가 여전하다. 예술영화관만이라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상영하는 안을 몇 년 전부터 이야기해왔다. 그리고 그 외에도 예술영화관의 사회문화적 지위와 관련해 법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홍유진 등급분류와 관련해서 가장 속상했던 점은 학생들이 상영을 문의할 때다. 학생들이 자기가 만든 영화를 극장에서 다 같이 보고 싶어도 현재 제도로는 상영하기가 어렵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에게 등급분류를 받았는지 먼저 물어보는 나 자신이 스스로도 속상할 때가 있다. 절차라는 형식에 갇혀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절차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등급분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이것이 일종의 검열로 작동하기도 한다. 게다가 등급분류의 기준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영화관에는 등급분류를 면제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전에 등급분류 제도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 필요성을 증명해주면 좋겠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중 외국에서는 전체관람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심하다. 등급분류의 진짜 목표는 영화를 잘 상영하게 돕는 것인데, 정작 이 제도가 영화 상영을 막고 있다.

김정호 영화와 관련한 법과 제도는 관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서비스가 아니다. 법과 제도를 더 좋게 만들어가는 사람은 없고 그냥 써먹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더 적게 보도록 법을 적용한다. 아무리 외국 이야기를 하고, 진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도 그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다.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지금 보기 힘든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된다면 극장이 계속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예술영화관을 지원하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유진 작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 자체가 너무 까다롭다.

 

관객에디터 디지털, 인터넷, 모바일의 등장이 시네마테크와 같은 전통적인 극장의 영화 관람과 상영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정호 나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나 이거 무슨 이야기인지 안다’고 말해도 설명되지 않는다. 극장 관람 자체가 주는 감흥과 경험이 있지 않나. 그 시간에 그 공간에 있다는 것이 주는 고유한 경험이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는데, 내가 이 영화를 언제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이걸 안 본다. 그러면서 이걸 봤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안 보지만 말이다(웃음).

전에 <현기증>을 상영했는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사람이 의외로 없다는 걸 알았다. 그때 극장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 정말 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하더라. 그럼 나는 정말 <현기증>을 본 게 맞나?라고 스스로 물어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예술영화관의 가치가 더 유효하지 않을까.

관객에디터 최근 예술영화관 관객들의 관람 패턴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나?

김정호 예술영화관이 멀티플렉스화되어가고 있다. 규모가 다르고 컨텐츠만 다를 뿐이지 예술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멀티플렉스와 비슷한 걸 경험하려고 한다. 나는 이것이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운영하는 ‘예술영화관’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따져보면 나는 잃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예술영화관들이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고, 관객들은 그 개성을 존중해주는 것. 이건 돈으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테면 CGV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예술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그건 블록버스터가 아닐 뿐, 또 하나의 상업영화다. 문제는 그런 영화들이 예술영화 코스프레를 하면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가 가져야 할 자리를 뺏는 것이다. 상업영화가 나쁜 게 아니다. 상업영화가 예술영화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나쁜 것이다. 원래 사이비가 제일 나쁜 것이다.

질문으로 돌아가면, 예술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좀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이를 개선하려면 앞서 말했듯 작은 예술영화관에 대한 지원책을 활성화해야 한다. 헤이리 시네마를 도와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런 극장이 더 많아져야 좋은 영화를 내 일상에서 보는 경험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관객에디터 외국에도 폐관하는 예술영화관들이 늘었다. 앞으로 예술영화관의 미래가 어떨 것이라 생각하나?

김정호 말했듯이 나쁘게 보지 않는다. 재정상 어려운 부분도 많고 힘든 점들이 많다. 하지만 실마리는 있다. 예술영화관이 줄 수 있는, 나아가 극장이 줄 수 있는 가치가 고유하게 존재한다고 본다. 지금도 극장에 가면 언제든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줄 수 없는 감흥을 주는 영화들도 많다.

내가 걱정하는 건 이런 예술영화들을 산업의 논리로 소비하는 것이다. 대신 실질적인 형태로 지원해서 사람들이 예술영화, 또는 독립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30%, 40%의 시장만 아니라 5%, 1%의 시장도 있다. 사람들이 이 작은 시장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다면 작은 극장들도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 제대로 하면 된다.

물론 현실은 이런 극장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핸디캡이 스타일을 만든다”고 말한다. 가치에 대한 확신만 변하지 않는다면 여건에 맞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관객에디터 앞으로 계획 중이거나 특별히 하고 싶은 기획은 뭐가 있는지?

김정호 CONTEMPORARY WEDNESDAY의 부활.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예술영화관들의 인프라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관객에디터 마지막으로 KU시네마의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정호 극장이 할 일이 아직 많다. 그리고 관객분들은 극장에 많이 오시는 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관객분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런 공간은 결국 없어진다. 같은 영화라면 지역의 예술영화관에서 보면 좋겠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l 김창섭, 황선경 관객에디터